- 조한혜정 교수 인터뷰

몇 년 전부터 대학이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취업준비기관으로 변모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많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장을 맡고 있는 우리대학교 조한혜정(사과대·문화인류) 교수와 인터뷰를 시도해 현재 대학가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 현재 대학가의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때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주 소수의 대안학교 학생이나 홈 스쿨러들이나 하는데 다수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대학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요즘은 대학이 중고등학교와 별 다를 점이 없어 보인다. 중고등학교에서 열심히 입시공부를 해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에 가서는 또 열심히 스펙을 쌓아 취업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사유를 할 수 있다. 일류대에 가고 또 대기업에 취직한다고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 대학가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대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일단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많은 학생들이 소품종 대량생산적인 입시 체제에 익숙해져 대학에 와서도 소극적인 태도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려고만 하는 반면, 대안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학을 다니며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요구사항이 있을 때에도 당당하게 표출한다. 대안학교에서 일종의 삶을 사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다. 자발적 학습과 맞춤교육을 통해 일반 학생들과 다른 경험을 해서 그런 차이가 오는 것 같다. 다만 소위 일류대가 대안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잘 뽑지 않기 때문에 대학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무리가 있다.

대안적 학습공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안 '대학'을 표방하기에는 우리나라의 대학제도가 너무 거대해 정면으로 대항하기 어렵다. 대학은 워낙 큰 자본과 자원이 드는 곳이기도 하고, 그보다는 대안적 학습공간이 동네마다 만들어져 이런 곳에서 평생교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 현재 대학가의 문제를 만들어낸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대학생의 대처는 어떠해야 하는가?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상황이라는 외적요소와 한국 교육제도라는 내적요소가 만나 작금의 문제를 낳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기면 되고 일류대에 들어가면 그만이라는 사고가 형성되는 것이 문제인데, 현재는 공교육이 공교육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학교와 사교육의 결탁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대안학교에서는 공교육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공이라는 개념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공은 국가가 인정해주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시민사회를 생각하면서 멀리 내다보는 것이 진정한 공이다.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협동하면서 만든 공공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학생이 대학이란 공간에서 이런 공을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80년대 학생운동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스스로 모여 공부도 하고,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자는 것이다. 나는 대학생이 대학에 갇힌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대학이라는 공간 내에서 주체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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