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으로 인해 원서의 가격 높아져

외국으로 떠나는 대학생들만 오른 환율의 여파를 체험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들로서는 매 학기마다 새로 구입하게 되는 전공도서에서 느끼는 환율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전공도서 중 원서의 비율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공을 선택한 이종범(심리·08)씨는 “환율상승과 불경기에 대해 둔감한 편이었는데 원서를 쓰게 되니 환율이 올랐다는 것이 신경쓰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회관 슬기샘에서는 지난 학기 1만 1천원이었던 한 대학영어 수업 교재에 1만 4천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다. 어학도서 부문 직원은 “기존에 있던 책 외에 새로 들여온 책은 오른 환율가가 적용돼 값이 상승한 것이 사실”이라며 “책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30% 정도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원서값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은 전무하다.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에서 판매하는 다른 상품들은 시중가보다 저렴하지만 책만큼은 가격 차이가 없다. 도서의 판매가격은 도서정가제 등에 의해 법적인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생협 관계자는 “책값에 대해 생협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출판사에서 정한 가격을 그대로 따르며 원서의 경우에도 수입처에서 가격을 인상시킨다면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서점들의 경우 도서의 가격을 할인하는 대신 마일리지 제도로 책값의 5~10%가량을 적립해 주는 등의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다. 슬기샘에선 이런 서비스 또한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나 원서의 경우 취급하는 서점이 드물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슬기샘에서 원서 교재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관해 생협 관계자는 “다른 서점들처럼 마일리지, 포인트 제도를 실시하려 노력중이나 총학생회, 은행, 학교 측이 복합적으로 관계되는 일이라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정책국장 이지헌(신방·06)씨 역시 “‘세대교체’와 같은 멤버쉽 카드 개념으로 접근해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학기에도 열렸던 ‘수업교재 오픈마켓’이 오는 4일(수)에도 열려 수업교재를 구하려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이씨는 “한번 쓰고 버리는 책들도 많고 교재를 모두 구입하는 것이 어려운 학생들도 많은데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려는 취지가 좋아 이번에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점은 남는다. 원서를 수입하는 업계 측에선 “도서 수요가 늘어나야 환율이 오르는 대로 책값이 인상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다”며 교재 구입을 권장하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원서가 많이 사용되는 것 자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아무개(경영·08)씨는 “국내에 번역본이 나와 있는데도 굳이 원서를 쓰게 하는 수업도 있다”며 “수업에 원서를 쓴다고 보다 국제적이 되는 것도 아닐텐데 학생들의 부담도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지원 기자 kaleidoscope@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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