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서울 퍼스트 페스티벌


갓 태어난 연극 5편이 관객들과의 첫 만남을 갖는다. 우석레퍼토리 극장이 주최하고 ‘문화아이콘’이 주관하는 ‘2009 서울 퍼스트 플레이 페스티벌(아래 2009 SFPF)’이 그것이다.

지난 1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열리는 2009 SFPF에서는 국내에 처음으로 공연되는 작품 5편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스탑 키스』(연출 김준삼), 『달빛 트렁크』(작·연출 박장렬), 『고아 뮤즈들』(연출 카티 라팽), 『태양은 하나다』(작·연출 김민정), 『영국 왕 엘리자베스』(연출 오경숙) 다섯 편이 약 두 달 동안 릴레이로 공연된다. 이 연극들은 모두 제작 여건으로 인해 무대에 올리는 것을 포기했던 작품들로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인기작품의 반복공연과 스타 캐스팅으로 관객의 구미를 맞추려는 요즘 연극계를 놓고 보면, 꽤 용감한 시도다.

오는 12일부터 22일까지 공연되는 『태양은 하나다』는 특정한 대본 없이 진행되는 즉흥극이라는 점에서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런 방법적인 면뿐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 다채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도 있다. 전통적인 모성애에 대한 관념을 뒤엎는 『고아 뮤즈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셰익스피어의 가상 논쟁을 소재로 한 『영국 왕 엘리자베스』는 이제껏 잘 다뤄지지 않던 주제를 다룬 작품들로 다양한 연극을 선보이려는 연출가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연극 이외에도 관객과 연출가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연출가 무대서기’와 관객, 연극인, 기획자, 언론사 각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작품에 대해 대화의 시간을 갖는 네트워킹 파티 ‘일찍 일어난 개구리’ 등의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박장렬 운영위원장은 “연출가 무대서기를 통해 관객들이 나의 작품을 보고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 직접 듣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사에서 한 관객이 연출가에게 결말에 대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연극은 ‘닫힌’ 공연예술이 아닌 ‘열린’ 공연 예술로 거듭나고 있었다.

공연기획사 ‘문화아이콘’의 이상훈 대리는 “2009 SFPF가 관객들에게 다양한 반찬을 제공해 편식을 없앨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업적으로 치우쳐있던 기존의 연극들과 달리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창작극을 제공해 관객들이 보다 쉽게 건강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도가 관객들의 입맛과 맞아 떨어져 공연되는 작품 모두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축제는 국내 연출가들에게도 의미 있는 행사다. 박 위원장은 “예술 활동을 하는 연출가들끼리 동료의식을 나누며 서로의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 따뜻한 자리”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한국연극은 100주년을 맞았다. 꽤 많은 행사들이 기획됐고 연극 티켓 판매액도 전년에 비해 월등하게 늘어 연극계에 대한 희망적인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양적으로는 성장했을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의견이다. 그는 “오히려 과거에 비해 진성(眞性)관객의 수는 줄어들었다”며 마니아층의 확보에 노력을 기울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렇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작품과 관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들이 있어 한국 연극이 나아갈  길이 더욱 밝게 보인다.


박소영 기자 thdud0919@
자료사진 문화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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