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단과대 학생회비 점검

매년 2월 말 단과대 학생회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단과대 학생회비와 오리엔테이션·새내기 새로배움터비(아래 OT·새터비)를 걷는다. 이는 등록금에 포함된 총학생회비 1만원과는 별도로 각 단과대 및 단과대에 소속된 반에서 자체적으로 운용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단과대마다 액수가 크게 차이를 보이고 △공식적인 관리 체제가 부재하며 △예·결산 공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천차만별인 단과대 학생회비

단과대마다 천차만별인 학생회비에 대해 학생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4만원으로 단과대 중 학생회비가 가장 낮았다. 문과대, 공과대, 사과대 등을 비롯한 상당수의 단과대 학생회는 6만원 정도의 학생회비를 걷었다. 반면 상경대, 신과대는 9만원으로 타단과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음악대는 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10만원을 웃돌았고, 체육대 학생회는 OT·새터비를 포함한 비용이 무려 40만원에 달했다. 이에 체육대 학생회장 박경수(체교·07)씨는 “오티·새터, 총대면식 등 각종행사와 13개의 단과대 동아리 지원 및 학과 연고전을 위해 2천만원이 넘는 예산이 책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단과대 학생회비가 차이 나는 이유는 비용 책정 근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학년도 단과대 학생회장을 역임했던 아무개씨는 “정확한 산출근거 없이 지금까지 선배들이 해왔던 방식으로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경·경영대 역시 2009학년도 학생회비 책정 근거에 대해 “예년대로 유지할 뿐”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관리체제 부재

등록금에 총학생회비가 포함돼 있는데 학생회비를 왜 또 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복지처 김몽수 부처장은 “단과대 학생회비에 대한 문의전화가 종종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복지처에서도 학생들의 불만 섞인 전화에 명확한 대답을 해줄 수 없다. 학교 측에서는 단과대 학생회비로 얼마를 걷고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도 단과대 학생회에 일부 지원은 하지만 단과대 학생회비에 관해 관여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단과대 학생회비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부과하는 금액이 아니다보니 내지 않아도 제재가 없다. 하지만 고지서의 우리대학교 마크 때문에 학교에서 걷는 것으로 오해하는 신입생들이 많다. 김지영(사회과학계열·09)씨는 “학교에서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처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학생회는 학생들이 인정한 단체이기 때문에 우리대학교 마크 사용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학생회비를 걷는 주체도 단과대 학생회, 과, 반 등 제각각이다. 단과대 학생회에서 학생회비를 수합해 반에 분배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반에서 자체적으로 걷기도 한다. 상경·경영대는 단과대 학생회비를 걷지 않고 반별로 반 학생회비를 걷는다. 반면 공과대, 사과대 등은 단과대 학생회에서 수합한다. 

불투명한 예·결산

우리대학교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결산을 공고한다. 총학생회비의 경우도 열람을 요청하면 누구나  예·결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단과대 학생회비의 경우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단과대에서는 예·결산 내역을 부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과대 학생회장 신은진(대기·07)씨는 “예산은 1년 전체 행사를 고려하여 편성하기 때문에 공개하기 힘들고, 결산은 잔액과 함께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육대, 음악대 학생회는 온라인 클럽을 통해 대규모 행사에 한해 예산을 공개한다.

비정기적으로 공개가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법과대 학생회장 전화정(법학·07)씨는 “지금껏 예·결산을 공고했던 적도 있고, 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며 “올해는 자치회를 통해 책정 근거 및 예·결산 내역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문과대와 사과대도 개강 후에 예산 및 사용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다.

투명한 재정 운용을 위해선 예·결산 공고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단과대 학생회비가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는 상황에선 체계적인 예·결산 공고가 이뤄지기 어렵다. 총학생회장 박준홍(경영·05)씨는 “예·결산 공개 및 심의는 당연히 필요하다”며 “현재는 총학생회가 관여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확대운영위원회 등 의결기구에서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논의의 가능성을 밝혔다.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각 단과대 학생회 측은 총회, MT, 축제 등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단과대 학생회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비에서 각 단과대에 일정 금액이 배분되긴 하지만, 배정금액만으로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단과대 학생회비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회비 책정 근거가 미흡하고, 공식적인 관리 체재가 부재하다면 민주적이고 체계적인 운용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장유희 기자 bloomi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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