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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위의 작은 도시, 히바성히바 여행기

이제는 마치 고향땅인듯 익숙해져버린 우즈벡, 이곳에서의 시간들도 막바지에 접어들어 가고 있었다. 7월 말, 재활원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게 될 ‘우즈베키스탄 장애아동 그림 그리기 대회(WCC)' 준비에 분주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히바성 여행을 거의 포기하고 있던 차였다. 아쉬웠지만 더 보람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때 한국에서 재활원의 WCC 행사를 돕겠다고 두 친구가 찾아왔다. 반갑게도 같은 동문인 연세대학교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06학번 친구들이었다. 이유정 양과 최맑은유리 양은 올해 2월에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단기해외봉사 프로그램으로 본 재활원에 방문했다가, 다시 오고 싶어 학내의 여성인력개발원 프로그램에 지원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7월 28일 유정, 맑은유리, 그리고 나는 우르겐치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타슈켄트부터 우르겐치까지는 우즈벡을 동서로 관통하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해가 질 무렵에 기차에 올라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내렸으니, 꼬박 하루가 걸린 샘이었다. 그러나 기나긴 사막 횡단 열차에 역무원인 아딜 아끼야(아딜 아저씨)와 아따백 아끼야(아따백 아저씨)가 말동무가 되어주어 지루하지 않았다.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즈벡 사람들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무척이나 친절하다는 것이다. 너무 고마워서 몸들 바를 모를 정도로 말이다. 우리는 간식으로 준비해 간 신라면을 선물로 드리고,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히바성은 우르겐치 주에 위치하고 있는데, 얼마 전 한국의 축구 국가대표 팀과 경기를 벌인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이 닿아 있는 지역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의 검은 사막 카라콤과 우즈베키스탄의 붉은 사막 키질쿰 사막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히바성은 일종의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인 셈이다. 크게 외성 디샨칼라와 내성 이찬칼라로 구분되는데, 우리는 내성을 주로 살펴보았다. 아따백 아끼야가 히바 내성에 우리가 머물게 될 전통식 유스호스텔 메로스비엔비까지 데려다주어 여행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숙소에 짐을 풀고, 히바성의 북문으로 향했다. 북문 밖에는 작은 미나레트가 있었고, 그 미나레트 위에서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석양에 묻혀져가는 히바성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해가 사라져 어두컴컴해진 히바성 하늘에는 별이 쏟아져 내렸다. 내가 마치 우주 속에 떠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될 정도로 무수한 별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마치 우주라는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기분이었다. 조금이라도 손을 뻗으면 물고기처럼 수많은 점점의 별들을 낚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히바성의 밤이 깊어갔다.



북문 미나레트에서 본 히바성의 일몰 못지않게 남문 쪽에서 바라본 히바성의 일출, 서서히 어둠을 몰아내고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은 한 때 찬란했을 히바성의 문화를 부활시키는 것 같은 오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히바성은 16세기부터 17세기 초에 히바 칸국의 수도이기도 했으나, 지리적 여건으로 인하여 그 위세가 오래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11개의 문과 50여 개의 유적지가 있는 작은 마을 규모였다. 왕이 직무실과 왕의 여자들의 방, 메데레세(신학교), 꼬흐나 아르크와 같은 원형 돔, 미나레트, 원형 극장,다수의 상점들이 있었다. 물론, 현재는 그 용도가 대부분 숙박시설 혹은 식당가로 변해버려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누추한 모습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이다.

히바성 이찬칼라는 규모는 작지만, 세 개의 큰 미나레트(이슬람교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이 달려있는 일종의 탑)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완공이 미처 되지 못한 칼타 미나레트,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50m 높이의 이슬람 호자 미나레트, 그리고 42m의 주마모스크 미나레트가 그것이다. 이슬람 호자 미나레트는 히방성을 전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는, 주마모스크 미나레트는 히바의 일출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명소라고 하였다. 그러나 50℃ 넘나드는 날씨에 미나레트를 오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200년 전 히바성 주민들이 그랬듯이 느긋하게 히바성을 느껴보기로 했다. 사실 200년 전 이 무더운 날씨에 미나레트를 건축했을 히바 사람들을 생각하면 느긋함을 즐기는 것은 이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그늘을 찾아보기 힘든 히바성의 온도는 50℃를 육박하는 것 같았다. (아니, 체감온도는 더 높을지도 모른다;;) 다수의 유적 가운데서 금녀의 방은 마치 감옥과도 같아 보였다. 햇볕이 한 줄기 정도 들어오는 어무캄캄한 방에 왕의 여자들은 감금되어 있어야 했다고 한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공간이었다. 금녀의 방을 나와 점심을 먹기 위해 히바성 앞에 위치하고 있는 호텔 내 식당으로 향했다. 다른 무엇보다 히바성의 쁠로프는 우즈벡 내에서도 유명한 먹거리이었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후, 우르겐치로 가는 텍시들이 모여있는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다시 히바성에 들어 왔다. 좌측 벽을 따라 한참을 걸으니, 전 날 묵었던 숙소가 나왔고, 그 앞에 초ㆍ중ㆍ고생 아이들이 섞여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들보다도 카메라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러더니 카메라로 우리들을 찍어 보기도 하였다. 한국에 와서 히바성 물을 파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내 주었는데, 그 사진이 잘 도착했을런지...

짧은 만남을 가졌던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히바성을 나섰다. 티코 텍시를 타고, 우르겐치 공항으로 id하는 창밖으로는 목화밭이 펼쳐져 있었다. 20여 시간의 기차여행과는 달리, 2시간 남짓한 비행기여향은 새삼 라이트 형제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했다. 뜻밖에 공항에는 재활원 선생님들이 마중을 나와 계셨다. 역시 여행이란 건, 돌아올 곳이 있어 즐거움이 더한 것 같다^^

이주희

이주희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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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PS79.com 2011-03-25 11: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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