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연세가족 여러분,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시는 연세가족 여러분께 하나님의 한없는 축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대내외적 여건 속에서도 지난 해, 우리는 풍성한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었습니다. SCI 논문 수에서 세계 96위로 평가되어 100위권 안으로 진입한 것을 비롯하여,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을 개관하여 첨단 수준의 연구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송도 국제화 복합단지를 기공하는 첫 삽을 떴습니다. 󰡔더 타임스󰡕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평가에서도 연세는 명실 공히 한국 최고의 사학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전임 총장님과 구성원들의 헌신의 결과이긴 하지만 2008년은 연세가 “the First and the Best”로서의 위상과 자존심을 회복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세가족 여러분,

새해를 우리는 경제위기 속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세계의 금융질서를 뒤흔들고, 각국의 실물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세계화된 금융부문과 생산, 노동, 소비 등 기타 경제부문 사이에 존재했던 부조화가 평형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 이후 10년 만에 우리는 또다시 고통을 분담하며 세계화로 빚어진 ‘위험사회’에 대한 대처능력을 시험받게 되었습니다.

다가올 도전과 난제 속에서 저는 2009년을 설계하고, 연세대학교가 함께 지향해야 할 비전과 전략, 그리고 실천과제들을 직시합니다. 지난 해에 이룩한 성과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 희망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연세가 감당해야 하는 소임일 것입니다.

위기일수록 연구의 수준을 높여, 세계 최고 수준과의 격차를 줄여가야 합니다. 우리는 2009년도에도 연구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에 최고의 우선순위를 둘 것입니다. 이를 위해 WCU와 BK, HK 사업과 연계한 ‘글로벌 5-5-10’ 지원, 특훈 교수 확대, 연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의 정책을 밀도 있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첨단과학관 3개 층을 증축하여 부족한 연구공간을 일부나마 해소해 갈 것입니다.

세계의 젊은 인재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 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강의환경과 학생시설을 꾸준히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2009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외국어 인증제도가 도입될 것입니다. 또한 외국인 교수와 외국 학생 유치를 강화하여 연세 캠퍼스의 국제화를 가속해 갈 것입니다. 기숙사의 확충과 첨단실험강의동의 개관으로 원주 캠퍼스의 교육환경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그리고 위기극복 장학금 10만원 내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여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행정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행정효율화 추진이 본격화되고, 각 학과의 행정 업무 지원을 위한 인력이 모든 학과에 배정될 것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하여 학부생과 일반대학원생들의 등록금을 동결하고 긴축경영을 할 것입니다. 안정적인 재정 기반 확충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부금의 모금노력을 배가하고, 행정개혁을 통해서 관리운영비를 절감하고, 예산의 집행을 한층 효율화시켜 나아갈 것입니다. 장기불황에 대비하여 재정구조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특별회계기관과 기금의 수익성을 개선토록 하겠습니다.

송도 국제화 복합단지는 이제 기공식을 거행하고, 3개의 추진단을 구성하여 복합단지 건설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연구공간을 획기적으로 확장하고 학생들을 위한 공동체 교육과 리더십 함양, 그리고 국제화의 전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인천시는 이미 6,500억 원의 지원을 확정하였고 토지대금의 1차 중도금까지 지급되었습니다. 송도 국제화 복합단지는 연세 발전의 장기적 시각에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앞으로 10년, 100년을 내다본 장기적인 발전전략이기에 눈앞의 작은 문제에 매몰되어 미래를 향한 큰 꿈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124년 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조선 땅에 학교를 세운 언더우드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더 이상 송도의 문제라는 용어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 연세 국제화의 완성이란 미래 비전을 보고 힘차게 전진해야 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인 것입니다.

일견, 대학은 모순된 요구를 사회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등록금 동결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대변하듯 기회균등과 공동체 실현에 앞장 설 것을 요구하지만, 이와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견주어 연구와 교육에서 뒤지지 말라는 경쟁논리의 채찍질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의 재정적 지원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대학 자율화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연세는 이러한 사회의 기대와 책무의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선도 사학으로서 연세가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 땅의 모든 사학들은 예의 주시하는 상황입니다.

대학의 숭고한 사명은 인간과 사회의 문제, 자연과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류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치를 제시하는 일입니다. 고난의 시기에 우리는 공동체적 삶과 사회적 통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작게는 대학을 둘러싼 지역사회, 크게는 인류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더불어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합니다. 오늘의 한국사회는 공동체의 와해로 수많은 문제들이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연세는 우리 사회에 이와 같은 화두를 던지고 경쟁과 공존, 그리고 공동체 발전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학문적 성찰에 착수할 것입니다. 특히 세계화의 구호에 가려지기 쉬운 지역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한 연구와 정책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지역 우수인재의 선발을 구상하는 등 한국사회의 풀뿌리 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선도적 역할을 자임하겠습니다. 지역공동체가 회복되지 않고서는 세계화 역시 어렵다는 것이 최근의 교훈입니다.

한편,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국가사회의 투자가 확대되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젊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시점에 있습니다. 만일, 젊은 인재들이 이 나라의 미래이고, 대학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사회는 역량 있는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사회적 투자로써 정부가 대학교육의 발전과 젊은이들의 일자리 찾기에 1조원 규모의 ‘아카데믹 뉴딜’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뜻있는 사회유지들께서도 대학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기꺼이 동참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연세의 124년 역사를 돌아보건대, 연세는 시련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세계의 어느 대학보다도 어려운 고난을 헤치며, 겨레의 자랑이자 인류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해 온 연세였습니다. 그러한 창립 정신과 선학들의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기에, 오늘의 우리 역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실천할 것입니다. 변함없이 이 민족과 이 사회, 이 세계의 자랑이며 횃불임을 각인시켜 나아갈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세가족 여러분,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연세의 전통, 연세의 정신을 다시 확인하고 다시 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타적인 사랑과 헌신에 힘입어 세워진 한국 최초의 대학 연세가 이 위급한 순간에 연세인은 물론이요 사회와 민족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은 무엇이겠습니까. 자신과의 무한한 경쟁을 통해 자기발전을 끝없이 도모하되 항상 남을 배려하는 따듯한 리더십,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남에게는 너그러운 섬김의 리더십, 내가 열심히 성취한 바를 흔쾌히 남들과 나누는 나눔의 리더십의 모습일 것입니다. 2008년은 “the First and the Best"로서 연세의 자리를 다시 되찾은 해였습니다. 2009년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땅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매진하는 한 해여야 하겠습니다.

연세인 여러분,

기축년 새해, 우리 모두 더욱 더 우리의 위상과 사명을 뚜렷이 인식하고, 더욱 더 뜨거운 사랑으로 연세를 섬기고, 연세를 섬기므로 이 겨레와 세계를 섬기는 데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연세대학교 총장 김 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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