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미증유의 위기 곧 닥쳐, 대안은?

   최근 애니메이션 <월-E>를 보았다. 인류가 지구에서 쓰레기 더미만을 만들고 궤멸한 상태, 쓰레기처리용 로봇 월-E와 탐사용 로봇 이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재밌었다. DVD 샵에서 빌려다 보았는데, 결국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애니메이션이 나에게 남겨놓은 질문은 몇 가지가 된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흥행으로도 대성공인데, 생태 코드를 가지고 있는 영화들은 한국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전통답게, 역시 한국 시장에서는 실패했다.

한국인들의 생태적 감수성은, 지독할 정도로 후진적인데, 이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자란 일본 어린이, 그리고 <월-E>를 보고 자란 미국 어린이들에게, 이 지독할 정도로 반생태적 어른들이 득실거리는 한국의 미래가 걱정된다.

어린 나무를 보고 비로소 자동 의자에서 일어나 생애 첫 걸음마를 떼는 기계에게 사육되었던 선장의 걸음마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 장면에서 나는 과감하게 눈물을 흘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선장과 그가 인도하는 뚱땡이 관광객들이, 쓰레기만 남은 폐허에서 다시 마을을 일구고, 인류는 새롭게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좀 지난 영화이지만, 스웨덴의 <스머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착한 사람과 착하지 않은 사람, 즉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링이 유행의 첨단을 기록하고, 이러한 축과 함께 인지심리학의 여러 축을 활용한 똑똑한 것과 똑똑하지 않은 것의 진화모델이 한참 유행이다.

신자유주의 이후의 세계 경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이타주의가 필요할 것인가, 즉 '착한 사람'으로의 전환에 대한 질문, 그리고 개별지성과 집단지성을 둘러싼 지식과 창의성의 등장 조건 같은 것들이 슬슬 논쟁축으로 올라오는 중이다. 사회과학의 오래된 논쟁이지만, 역시 시대가 변하니까, 다시 이런 것들이 전면에 나서게 된다. 신자유주의 이후의 경제는 착한 사람이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똑똑한 사람이 주도할 것인가? 물론 각각의 규정과 정의에 의해서 전혀 다른 모습들이 그려질 것이다.

나는 한국 경제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88만원 세대> 이후 12권의 책을 쓰는 중인데, 첫 번째 시리즈는 4권인 <괴물의 탄생>을 끝으로 완간을 하였다. 두 번째 시리즈의 첫 권인 5권이 현재 탈고 직전이고, 세 번째 시리즈는 ‘경제프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시사인’에서 9권부터 매주 연재하는 중이다. 이 시리즈는 2년 전에 첫 기획을 하였는데, 3~4년 후에 어쨌든 신자유주의라는 하나의 시대는 사실상 종료할 것이고, 한국은 미증유의 경제위기로 빠져들어 파시즘의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작업 가설 위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한국 경제를 만들 것인가라는 최종점을 향해서 나아가는 중이다.

2년 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한국 경제의 위기가 몇 개월 빨리 오기는 했는데, 양상은 최초의 예상치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어쨌든 2009년에서 2010년 봄에 걸쳐있을 대파국은 1945년 재건 이후 한국 경제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미증유의 대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한국 경제는?

이건 마치 수많은 가가멜들을 데리고 좋은 마을 만들기와 같은 질문이다. 가가멜은 배가 고파서 스머프를 잡아먹으려고 하지만, 늘 실패하고, 그 옆의 고양이 아즈라엘은, 귀엽지만 역시 같이 고생한다. 벨기에에서 만든 스머프는, 사실은 사민주의 사회에 대한 상상이다. 그리고 가가멜은 언제나 사회적 공유와 연대를 부수고자 하는 악덕 자본가를 상징한다. 한편으로 얕은 꾀로 세상을 편하게 살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마는 그런 얕은 삶을 상징하기도 한다.

‘스펙쌓기’에 몰두하는 연세대학교의 수많은 가가멜들이 좋은 마을을 결국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있다면, 한국 경제에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한국 경제의 대안과 같은 질문 같아 보인다. 착하지 않아도 괜찮아, 똑똑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만! (이 '다만'을 찾기 위해 나는 12권이 필요하다.)

우석훈
(『88만원 세대』 저자 )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