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3월 30일, 홍대 앞 클럽 ‘108’은 몰려든 인파로 가득했다. 네 개의 클럽에서 온 800여명의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홍대 클럽 하나 되는 날(Clubber's Harmony)’이라는 구호 아래 ‘클럽데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축제가 세상에 첫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날 탄생한 초기의 클럽데이는 지금과 조금 다른 형태였다. 클럽데이가 ‘매월 마지막 금요일 입장권 한 장으로 여러 클럽을 돌아다닐 수 있는’ 현재의 형태로 재탄생한 것은 그 해 9월의 일이다. 이후 클럽데이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클럽데이는 사운드데이와 통합됐다. 사운드데이란 인디밴드 공연을 볼 수 있는 다양한 라이브클럽들을 입장권 한 장으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사운드데이와의 통합 후 클럽데이는 홍대 지역의 댄스클럽과 라이브클럽을 모두 아우르게 됐다.

그 동안 클럽데이는 일렉트로닉, 테크노, 힙합 등 서로 다른 음악을 추구하는 클럽들을 연계시키며 장르의 벽을 극복해왔다. 이제는 그에 더해 ‘경계 없는’ 온갖 종류의 인디음악까지 모두 다루는 장르 초월적인 행사로 거듭난 것이다. 규모 면에서도 하룻밤 사이 1만 명 단위의 사람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축제로 성장했다.
이 같은 클럽데이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클럽데이가 국내 클럽의 특수한 형성 과정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클럽은 90년대 초 홍대 지역에 모여든 예술인, 유학경험자 그리고 젊은 부유층이 주축이 돼 비상업적이고 비대중적인 형태로 출발했다. 이들이 홍대 앞 작업실에 모여 외국의 클럽음악을 몰래 즐겼던 것이 국내 클럽의 기원이다. 한편 홍대 지역은 학교 근처이면서 준주거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유흥업소 등록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홍대 앞 클럽들은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상태다. 법적으로는 춤을 추는 행위나 공연행위가 용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라이브카페, 댄스홀 등 전통적인 유흥시설이 자연스럽게 클럽으로 발전했다. 그들에게 클럽은 공인된 유흥산업이며 클럽문화는 일반화된 일상이기에 개개의 클럽들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클럽데이처럼 크고 작은 클럽들이 연합해 입장권을 공유하는 행사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국내 클럽의 초청을 받고 방한하는 외국 DJ들은 홍대의 클럽데이를 보고 깜짝 놀란다. 클럽산업의 후진지역으로만 여기던 우리나라에서 이같이 새롭고 독특한 클럽문화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DJ MAGAZINE'에서 선정한 ‘2008 세계 100대 클럽’에 홍대 'M2'가 83위에 올라 국내 클럽 최초로 순위에 들었다. 20년 전 작업실에서 출발한 국내 클럽은 어느새 클럽데이라는 고유성을 갖춰 세계적인 수준에 따라붙고 있다. 클럽과 클럽데이는 이제 질적·양적 측면 모두 안정적인 성장의 궤도에 올랐다. 여전히 발전할 여지가 많기에 더욱 기대되는 국내 클럽계, 10년 후 클럽데이의 풍경을 상상해본다.

김서홍 기자 le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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