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가 그려진 벽과 감각적인 디자인의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왼쪽에 보이는 바에서 맥주병을 하나 골라잡는다. 눈 앞에는 어두운 조명 아래 희뿌연 연기로 가득한 플로어가 보인다. 사람들은 디제이 부스에서 만들어지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탄다. 작위적이고 맞춰진 안무가 아닌 자연스런 몸짓이다.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즉흥적으로 무리를 지어 함께 플로어를 장식하며 어울린다. 때론 디제이도 함께.
클럽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불과 10년 전 까지만 해도 클럽은 음지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소수의 마니아들만 찾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향유층이 대폭 확대되어 클럽은 하나의 주류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무수한 말들이 떠돈다. 이런 가운데 클럽문화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이 들려주는 클럽 이야기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발생된 취향문화의 일종이에요”클럽문화협회 기획팀장 이승환(30)씨는 ‘클럽문화’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서로 비슷한 음악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클럽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디제이, 음악, 플로어가 바로 그것이다. 이씨는 “클럽은 이런 것들을 배경으로 해서 누군가에겐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속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클럽을 소위 ‘부비부비’만을 하는 공간으로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이씨는 “클럽이 대중화되면서 미디어에 의해 그 이미지가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지난 2006년에 종영된 ‘엠넷’의 프로그램 ‘부비부비’를 언급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클럽이 지닌 음악적인 속성을 무시한 채 ‘섹시컨셉’만을 내세워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샀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클러버(cluber)’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 공간을 채워가는 디제이의 생각은 어떨까. 클럽 'CARGO'와 'ANSWER'에 소속된 디제이 DGURU(31)씨는 “음악을 즐기는 가장 능동적인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클럽이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고 따라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리듬에 맞춰 몸으로 표현하는 공간이라는 것. 이런 몸짓 자체가 그에게 신선한 음악적 영감을 주기도 한다. 디제이 DGURU씨는 “내 음악을 들은 사람들이 즐겁게 몸과 눈빛을 통해 표현해주는 것 자체가 가장 좋은 음악적 영감이다”고 전한다. 다른 공연문화와는 달리 클럽은 공급자가 향유자에게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일방적인 형태가 아니다. 때문에 무대와 객석의 공간적인 구분이 명확치 않다. 이는 훨씬 더 즉흥적으로 상호간의 음악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이런 과정들이 누적되어 다른 음악작업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DGURU씨는 클럽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으로 호모 루덴스를 꼽는다. 이는 ‘인간은 유희하는 동물’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유희에서 얻는 정신적 만족감은 또 다른 생활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유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전제된 경우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클럽이 지닌 다양한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합해지는 적극적인 ‘즐김’의 몸짓은 클럽을 진정한 ‘창조적인 놀이터’로 나아가게 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소영 기자 future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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