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 오늘도 길거리에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그 종류 또한 리본이 달린 하이힐에서부터 금속이 장식된 하이힐까지 여러 가지다. 최근에는 편안해 보이는 낮은 굽으로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를 줄 수 있는 ‘플랫 슈즈’도 인기지만 높은 굽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 아닌 집착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스타일의 마무리는 하이힐이라는 말이 무색치 않게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우리나라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하이힐은 아름다움의 필수조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이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신는 것일까.

  하이힐의 시초는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 테베 고분 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벽화에서 하이힐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성의 발에 신겨져 있다. 이때부터 중세 유럽 시대까지 하이힐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말을 타는 남성들이 등자에 발을 넣었을 때, 고리로부터 빠지지 않고 잘 고정되도록 하기 위해 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하수 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유럽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의 오물이 길거리에 난무했다. 상대적으로 여성들보다 외부 활동을 많이 했던 남성들은 길거리에 가득한 오물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하이힐을 신을 수밖에 없었다.

  하이힐을 멋을 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 것은 17세기 프랑스에서부터다. 작은 키가 콤플렉스였던 루이 14세는 자신의 작은 키를 숨기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 당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었던 그의 패션을 귀족들이 따라하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은 하이힐을 신게 된다.

  1920년부터는 여성들만의 하이힐 시대가 열렸다. 높아졌던 남성들의 굽은 점점 그 높이가 내려간 반면, 여성들의 굽은 더욱 가늘고 높아졌다. 높은 굽 때문에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하체에 힘을 주게 됐고, 곧게 뻗은 다리에서 나오는 각선미를 뽐낼 수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현대적 하이힐은 프랑스의 구두 디자이너 로제 비비에에 의해 만들어졌다. 파리 시내에 가게를 연 비비에는 지난 1973년 가는 굽의 하이힐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의 하이힐 모양이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하이힐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하이힐은 구두의 한 종류이므로 구두를 알아보면 하이힐의 구성을 알 수 있다. 구두를 구성하는 요소는 라스트, 창, 굽, 월형, 선심 등이다. 라스트는 구두를 만들 때 쓰는 발 모양의 틀을 말한다. 기본적인 라스트는 나무를 사용하는데, 그 제작에는 발 구석구석의 측정치를 필요로 한다. 구두의 디자인과 기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라스트는 최근 구두의 대량 생산을 위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라스트는 공장에서 일정하게 생산할 수 있고, 형태를 나무보다 쉽고 빠르게 변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명 ‘깔창’이라고 불리는 창은 그 붙어 있는 위치에 따라 중창, 속창, 겉창으로 구분된다. 각각 중창은 라스트의 바닥과 똑같이 제조돼 발이 놓아지는 부분을, 속창은 중창과 겉창의 중간에 놓이는 창을, 겉창은 지면과 닿는 부분의 창을 말한다.

  굽은 구두의 뒤축으로 하이힐의 힐을 말한다. 높고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여성 하이힐의 굽은 초기에는 나무나 코르크로 만들어졌으나, 최근에는 금속, 고무, 비닐, 플라스틱 등을 사용한다. 하이힐이 처음 제작됐을 때 굽은 외형에 색을 입히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치의 시대를 거치면서 표면에 조각을 하거나 천, 가죽을 이용해 싸는 형식의 굽 또한 발전하게 됐다. 월형은 라스트의 뒷모양와 같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안감과 겉감의 사이에 삽입하는 것이다. 선심은 구두의 앞코에 들어가 라스트의 모양대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을 말한다. 이들은 각각 구두의 앞과 뒤의 모양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구성된 구두의 각 요소들은 재단, 봉제, 형태 제작, 가공, 건조 과정을 거쳐 우리가 신는 하이힐이 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아름다운 하이힐이 건강의 적신호라고 말한다. 하이힐의 앞볼이 지나치게 좁을 경우에는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 엄지발가락이 가운데를 향해 구부러지는 ‘무지외반증’이 우려된다. 또한 앞으로 쏠린 상체 때문에 ‘요추전망증’을 유발할 수 있고, 무릎에 체중이 실려 ‘연골연화증’에 걸릴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발의 피로, 붓기, 변형, 그리고 발목 관절과 인대에 부상을 입을 염려가 있다. 그러나 굽의 높이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다. 슈즈디자이너 이겸비씨는 “높은 구두보다는 낮은 구두가 편할 수 있겠지만 발을 제대로 편안하게 잡아주지 못하는 신발은 역시 발 건강에 좋지 않다”며 “굽이 낮아도 본인의 발보다 발볼이 좁아 꽉 끼는 신발은 마찬가지로 굉장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구두 굽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 했지만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자신의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도 알지 못한 채 계속해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있기도 하고, 제작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하이힐을 신고 있기도 하다. 제2의 심장이라는 발. 하이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신으면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박수빈 기자 bejealous@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남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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