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은 같고 이름은 다르다?

도서상품권, 도서문화생활권, 문화상품권, 도서생활권 등 이름만 다르고 기능은 비슷한 수많은 상품권들이 존재한다. 상품권은 언제 생겨났고, 왜 이렇게 기능이 비슷한 다양한 상품권이 생겨난 것일까.

‘도서상품권’은 독서인구의 확대와 건전한 선물문화의 정착을 목적으로 재정경제원의 인가를 받아 지난 1991년 4월 15일 처음 도입됐다. 초기 도서상품권은 말 그대로 도서만 살 수 있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사용가능했다. 처음 발행 당시 가맹서점은 300여 서점에 불과했고, 1차로 발행한 상품권의 수는 10만 장이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모두 매진될 정도로 도서상품권의 수요는 급증했다.

도서상품권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발행자, 소비자, 사회적 측면 모두에 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행자의 경우, 선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금융상의 이익을 가질 수 있었다. 소비자는 선택폭이 확대되고 합리적인 소비행위가 가능해졌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으로는 불필요한 선물수요가 줄어들어 과소비가 억제되는 장점이 있었다.

한편, 지난 1998년 ‘(주)한국문화진흥원’에서 도서뿐만 아니라 문구, 음반, 음식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상품권’이 등장했다. 도서상품권을 최초로 만든 ‘(주)한국도서보급’ 역시 ‘도서문화상품권’이라는 이름으로 이에 대응하는 상품권을 발행했다.
이후, 인터넷 산업의 발달로 온라인에서도 사용가능한 ‘문화상품권’이 등장한다. 지난 2000년에는 ‘(주)해피머니인터네셔널’에서 최초로 온라인 문화상품권을 발행했다. 이어 지난 2003년에는 ‘(주)한국문화진흥원’의 문화상품권에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주)한국도서보급’도 지난 2004년부터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렇게 생겨난 도서상품권, 도서문화상품권, 문화상품권 등의 기능은 발행처만 다르지 서로 비슷하다. 그렇다면 현금과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상품권이 현금과 달리 다양한 회사에서 발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상품권이 발행됐던 지난 1991년도를 시작으로 이후 8년간 재정경제원장의 인가를 받는 등의 절차를 거치면 어떤 회사라도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지난 1999년에는 ‘상품권법’이 전면 폐지되면서 모든 법인이 어떠한 발행조건 없이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백화점 상품권, 구두 상품권처럼 특수 목적을 띤 상품권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상품권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기능은 비슷한데 이름만 다른 상품권에 의아스럽기도 하다. 황지훈(전기전자ㆍ05)씨는 “상품권들이 기능이 비슷한데 특별히 나뉘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중앙은행에서만 돈을 만들듯 상품권도 한곳에서 만드는 것이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품권을 만드는 사업자 쪽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도서상품권을 가장 먼저 발행한 ‘(주)한국도서보급’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도 비슷한 사업을 하는데 한쪽에서 독점하지는 않는다”며 “용도가 비슷한 상품권이라고 해도 다양한 회사에서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업자들의 입장에서 상품권 사업은 수익성이 크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로 이익이 되기에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때문에 점점 많은 회사들이 상품권 사업에 뛰어든다. 상품권 회사들이 갖는 가장 큰 이점은 자금 운용의 유용함이다. ‘(주)한국도서보급’ 관계자는 “상품권을 발행하면 현금이 먼저 들어오는데 그것으로 다른 투자를 할 수 있는 등 유용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상품권을 구입한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아 생기는 ‘낙장 이익’도 생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업자가 많다보니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주로 인터넷에서 상품권을 사용하는 한양대학교 박인석(경제금융ㆍ08)씨는 상품권 회사가 다양해 일일이 회사마다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느낀다. 박씨는 “‘싸이월드’에서 상품권으로 도토리를 충전하려고 해도, 상품권 회사가 다르다보니 각 회사들의 사이트에 모두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상품권으로 게임 캐시를 많이 충전하는 성균관대학교 이승현(전자전기ㆍ07)씨도 “상품권 회사에서 먼저 아이디를 만들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귀찮은 점이 있다”며 “차라리 한 곳에서 관리해 이런 번거로움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점점 상품권은 종류와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상품권 시장의 규모도 초기보다 점점 확대되고 있다. 상품권이 세상에 나온 지 17년, 소비자의 불편함을 줄이면서 상품권 시장이 더 확대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최명헌 기자 future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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