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방식·서열화 논란에 대한 해결책 모색해야 할 것

지난 2월 학부대학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진단평가를 실시했다. 진단평가는 영어, 수학 과목의 수준별 수업을 위한 것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의해 마련됐다.

수준별 분반은 영어의 경우 고급대학영어(아래 상반), 대학영어(아래 중반), 대학기본영어(아래 하반)로 나눠지며 상위 10%, 하위 5%를 제외한 학생은 자율적으로 분반을 신청할 수 있다. 수학은 심화반(아래 상반), 일반반(아래 중반), 핵심반(아래 하반)으로 나뉜다. 수학 진단평가에서 낮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하반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지만 상?중반에 해당하는 성적을 받은 학생의 경우 분반 간 이동이 자유롭다. 글쓰기와 물리, 화학, 생물 과목의 경우엔 진단평가를 따로 치르진 않지만 역시 수준별 분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림 이옥남

분반간 평가방식 차이의 문제점

수준별 수업은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도입 초부터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중앙운영위원회 측은 수업권 침해와 상반과 중?하반 간의 평가방식 차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상반은 평가방식이 절대평가지만 중반과 하반의 경우는 상대평가가 적용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높은 학점을 받을 가능성이 큰 학생들인 만큼 상반의 절대평가는 괜찮다”는 김아현(자연과학부·08)씨의 말처럼 찬성하는 학생도 있는 반면 유병수(경영·06)씨처럼 “상반만 절대평가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이에 학부대학 교학부학장 박형지 교수(문과대·영문학)는 “실력 있는 학생들이 상반을 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와 같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분반이 확실히 돼야 중?하반 학생들도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절대평가에 따라 상반에서 A학점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최기숙 교수(학부대학·고전문학)는 “성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A학점을 받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대학 뉴스레터』 31호 ‘자연계열기초 수학과목 교육의 성과와 향후과제’라는 글에서 김동호 교수(학부대학?수치해석)는 “심화반 학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B학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학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계절학기 이수의 의무화

하반에 강제되는 계절학기 수업 수강도 문제다. 수학 수업의 경우 세 분반 모두 공학수학(1)과 공학수학(2)는 필수지만 하반의 경우 여기에 기초과목인 핵심미적분학 수업이 추가된다. 전공 진입을 위해선 1년 동안 3개의 수업을 단계별로 모두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1학기에 핵심미적분학, 계절학기엔 공학수학(1), 2학기엔 공학수학(2)를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하반에 배정된 나재원(전지전자공학부·08)씨는 “계절학기를 들어야만 해서 미리 계획했던 방학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반강제적으로 계절학기를 수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김동호 교수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아 2009학년도부터는 하반을 강제로 배정하지 않고 학생들의 선택에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반제도 완화는 미봉책일 뿐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하반 수업을 수강하는 것이 도움이 되더라도 계절학기 이수가 부담돼 중반을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학기를 이수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사이버강의로 기초과목의 수업을 대체하는 등, 보완책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열화로 인한 위화감 조성

수준별 분반이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도 있다. 나씨는 “한 친구가 글쓰기 하반에 배정 됐는데 우울해하며 자책 하더라”고 말했다. 반에 따라 성적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서열화 돼있는 분반제도는 자체가 일부 학생들에겐 학습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학생들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그보다는 수준별 수업의 교육적 효과를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단평가를 보되 인위적으로 분반을 나누지 말고 자발적으로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진단평가를 학생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로만 활용하자는 것이다. 법과대 학생회장 김상현(법학·06)씨는 “진단평가로 분반과 학점이 결정되는 것은 입학 전의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교육을 긍정하고 대학 교육을 무시하는 처사로 각 분반에 배정된 학생들을 그 실력에 안주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준별 교육은 학력 수준에 맞게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상?중?하반을 모두 배려하는 원활한 강의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대학교의 수준별 교육은 △분반간 평가방식의 상이성 △수학 하반의 계절학기 이수 의무화 △학생간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로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수준별 수업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도기 상태에 있다. 현재의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보완해 학생을 배려하는 맞춤식 교육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장유희 기자 bl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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