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서점 ‘홍익문고’의 소비자 분석을 한 결과…”
경영대 전공기초 ‘마케팅’ 수업 시간에 이뤄진 한 학생의 발표 내용이다.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신촌일대 상점 14곳을 택해 재무분석, 시장조사 등을 기초로 마케팅 컨설팅을 한다. 수강생 김미옥(중문·03)씨는 “이론을 실제에 적용시켜볼 수 있고, 각 조마다 다른 상점을 선택하기 때문에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위의 ‘마케팅’와 같은 수업은 강의실에서 이론수업과 지역사회에서의 현장경험학습이 함께 진행되는 ‘지역사회경험학습(Community Based Learning, CBL)’이라 불린다. CBL강의는 지난 2007학년도 1학기 처음 시작돼 2008학년도 2학기에는 6개의 수업이 열렸다.

CBL강의 도입은 지역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학습내용을 현장에 적용시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한국주거의 이해’를 수강하는 박진희(주거환경·07)씨는 “장애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주거환경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는 많지 않은데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수업은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4학기째 개설되고 있으며 이번 학기엔 22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윤정숙 교수(생과대·주거환경학)는 “학생들이 주거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직접 느끼고 연구한 후에 제시하는 대안은 직접 기업에 의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CBL강의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했다. 이어 “기업과도 연계해 이를 실제사회에 적용시켜 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자료사진 교육개발센터

그러나 CBL이 도입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다보니 지역사회와의 연계 방식이 다양하지 않고, 봉사형식으로 그치는 측면도 있다. 이에 지난 2008학년도 1학기 ‘정보산업응용 설계 및 경영’을 진행했던 이주성 교수(공과대·기술경영)는 “공대의 경우 졸업 작품을 비롯한 설계 과제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진행했던 CBL강의를 통해 우리대학교 자원봉사센터의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 됐고, 유니세프의 온라인 활동 활성화 모델이 개발되기도 했다. CBL강의의 다양한 변모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CBL강의 숫자는 도입 초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매학기 실제 신청되는 강의 수는 한 학기에 6개에서 최대 8개에 그치고 있다. CBL강의에 대한 교수들의 관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교육개발센터에서 CBL강의를 권장하는 소책자도 만들고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하고 있지만 홍보 효과는 크지 않다. “CBL강의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는 유예나(국문/신방·05)씨의 말처럼 학생들에게도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교육개발센터 황은영 선임연구원은 “학생들에게는 활동인증서를 발급하고, 교수님께는 교원평가 시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비전 아래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대학이 되고자 CBL강의를 확대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윤정숙 교수는 “학생마다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다르고, 진심을 다해 봉사하는데 상대평가 방식은 수업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교무처에 여러번 절대평가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학교 바깥의 기관들과 접촉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기관에서 CBL강의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거나 학생들의 취지를 오해해 비협조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과제를 제시하는 기관도 있다. 이주성 교수는 이런 문제에 대해 “기관과 학생을 적절하게 연결시켜줄 수 있는 CBL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개발지원센터의 CBL강의 담당자는 한 명 뿐이어서 적극적인 지원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황은영 연구원은 “이번 학기부터 3개의 외부기관과 우리대학교가 협정을 통해 지속적인 연계가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협정 기관은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개발센터에서는 오는 2008학년도 2학기 CBL강의 개설신청을 받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관과 협약을 맺거나 이론수업의 병행 없이 이뤄지는 새로운 형식의 CBL강의를 기획 중이다. ‘일방향적’ 강의 방식이 학생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에서 CBL강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CBL강의가 확대되기 위해선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과 교수, 학생의 관심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김윤정기자 shinewayj@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