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밝히는 횃불, 세상을 투명하게 비추는 창… 모두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실로 멋있는 말이지만 사실 기자는 사람들에게 그리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특히, 메이저 언론도 아닌 ‘일개’ 학보사 기자인 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뺏는 귀찮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 본 사람에게 이것저것 염치도 없이 묻는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1597호 공연·전시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할 때다. 나는 막연하게 학내 공연·전시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취재를 하면 할수록 문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학기에 단 한 번 하는 정기공연 때마다 장소섭외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학생, 학외 장소를 빌리느라 비싼 사비를 써야 한다는 학생 등 다양한 불만과 불편사항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원래 일반 학생들에게 게릴라 인터뷰를 할 경우 난색을 표하며 쑥스러워 하기 일쑤인데, 이 사안은 실제로 와닿는 문제여서인지 내가 묻지 않은 것에 대해도 세세히 알려줬다.
그렇게 학생들의 불만을 듣는 것에 신이 나서 학관 3, 4층과 대강당 1, 2층 그리고 각 단과대에 흩어져 있는 동아리 방을 순례했다. 어떤 학생은 안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이 꼭 한번 얘기하고 싶었다며, 마침 잘됐다는 표정으로 나를 붙잡고 평소 자신이 느꼈던 문제에 대해 긴 시간 성토했다.
지금까지 기자로 활동하는 동안 대우 받기보다는 홀대나 냉소를 받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의 가려운 곳을 콕 집어 시원할 때까지 긁어줬을 때 만족해하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나가는 학생에게 말을 건다. “혹시 ~에 대해 의견을 들을 수 있을까요?”

기획취재부 김선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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