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선 연결부터 컴퓨터 도청에 이르기까지

  지난 2005년, 김영삼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조직이었던 ‘미림팀’이 서울시내 한정식점과 골프장 등을 돌아다니며 정치인, 재계·언론계 인사를 포함한 650명을 무분별로 도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영삼 정부 시절의 청와대 정무수석은 도청정보를 보고받은 후, 정치에 이를 활용했다고 한다.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도청은 당시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남겼다. 영화 속에서나 있을 것 같은 도청.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도청은 크게 음성 관련, 비음성 관련 도청으로 분류된다. 음성 관련 도청은 음성을 통해 도청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전화기, 마이크, 녹음기 등이 이용된다. 그 중에서도 전화 도청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통화중인 상태의 전화기에 직접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방법 △전화기 내 부품을 처음부터 개조해 제작하는 방법 △전화기 외부의 다른 부품을 이용한 도청방법 등이 있다.

  통화중인 전화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에는 전화선을   상대의 전화기에 직접 연결하거나, 코일을 이용해 전화선으로부터 나오는 전기 신호를 조작하는 방식이 있다. 전화기에 직접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은 전화선을 연결하기만 하면 통화 내용을 도청에서 녹음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어 주로 쓰인다. 이 방법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 하에 수사를 진행할 때 합법적인 도청 즉 감청의 방법으로 사용된다.

  전화기를 개조해 도청하는 방법을 위해서는 송화 기능 자체를 마이크로 개조해야 한다. 이는 전화선에서 전화국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그 중간에서 마이크로부터 나온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이 방법은 여러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도청행위에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전화기 외부의 다른 부품을 이용한 도청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한 송신기’다. 무한 송신기는 전화선으로 들어온 일정한 주파수를 인식, 곧바로 마이크를 작동시켜 도청하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이 방법에서는 전화기가 울리고 도청의 피해자가 수화기를 들면 마이크가 작동해 피의자가 도청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방법은 도난 방지기에도 사용되고 있는데, 외부에 있는 집 주인이 자신의 집으로 전화를 걸 경우 마이크가 작동해 주파수를 감지함으로써 불법 침입자를 확인할 수 있다.

  비음성 관련 도청은 팩시밀리 등과 같은 문자 송수신의 도청, 무선 이동통신 도청, 그리고 컴퓨터 통신 도청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문자 송수신 도청의 경우, 그 방법은 음성 관련 도청방법과 같다. 전화선을 설치한 후 전화기를 통해 도청했듯 선을 설치한 후 똑같은 장비 즉 팩시밀리나 무선 전신 등을 이용해 도청한다.

  반면 무선 도청의 경우 앞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 무선 도청은 전화선이 없으므로 그로부터 나오는 전파를 수신하거나 이동통신의 주파수를 알아낸 후 같은 주파수를 맞춰 도청한다.

  한편 컴퓨터 통신 도청은 지금까지 알려진 도청 방법에서 더욱 일반화된 형태다. 컴퓨터라는 기기만을 가지고도 조작할 수 있어 쉬우면서도 컴퓨터로 통신되는 모든 것들을 도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없다. 지난 1985년 네덜란드의 과학자 윈 반 에크는 컴퓨터와 컴퓨터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전선, 수도관, 스프링클러 등도 똑같이 조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992년 뉴욕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여러 은행의 현금인출기에 안테나를 설치한 것이 발각돼 큰 이슈가 됐다.

  최근에는 싸고 편리하다는 인터넷전화의 도청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전화 도청은 전화선이 아닌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쉽게 도청이 가능하다. 실제로 영국의 보안전문가 피터 콕스는 염탐 기능을 가진 트로이 프로그램을 인터넷전화가 가능한 컴퓨터에 심어놓는 방식으로 도청을 실행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을 통해 도청을 막고자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추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청장치를 탐지하는 기기, 도청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기 등 여러 시스템들 또한 늘어나고 있어, 도청을 막고자 하는 움직임은 끝이 없다. 실제로 도청을 하려는 사람과 막고자 하는 사람 둘은 상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도청기술과 그 기술을 막으려는 도청방지 기술. 어느 쪽이 살아남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박수빈 기자 bejealous@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남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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