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총학생회와 일부 학생들이 모인 ‘이화인 헌법소원추진위원회’가 비싼 대학등록금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이 등록금을 올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1조를 침해하는 데도 국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면서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벌써부터 내년도 등록금 인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러 대학들은 가파른 물가 인상률과 원달러 환률 폭등 등으로 등록금 인상 요인이 많아졌다면서 내년도 등록금을 대폭 인상할 태세이다. 반면에 서민들은 환률 폭등과 경제 불황으로 수입이 줄어든 데다 취업난까지 겹쳐 등록금 인상 소식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비싼 대학 등록금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나 대학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연체 건수가 2006년 2월에 3200건이었는데, 2008년 2월에는 2만 6800건으로 약 8배나 뛰었다고 한다. 등록금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한 대학생들은 이자를 갚기 위해 비싼 카드 대출을 이용하고, 또 그 이자를 갚기 위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등, 좀처럼 경제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지역 대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지방 자체 단체에 대학등록금 대출이자 지원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대학 등록금이 서민 경제 악화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면 대학이나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등록금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 대학 사회의 기반은 약화될 것이며, 대학 연구 역량도 줄어들고 대학 발전도 위축될 것이다. 또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학의 열악한 재정이 계속되는 한 등록금 인상은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재정 구조를 탈피하고, 자립적인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자구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재정 활용도를 높여야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재정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또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소액다수의 기부 문화를 유도해 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대학의 재정 운영의 투명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투명성이 없는 곳에 투자가 있을 리 없다.

등록금 문제 해결 위해 가장 노력을 해야 할 곳은 정부 당국이다. OECD국가 중 교육 재정이 열악한 국가가 우리나라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고등 교육 재정을 확대하고, 구체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대학에 대한 간접적인 투자에 재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높은 학자금 대출 이자를 과감하게 낮추어야 한다. 정부 당국자의 획기적인 의식 변화 없이 비싼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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