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다. 일반적인 형식의 글, 사진자료들에서부터 최근 UCC형태로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있는 동영상 자료들까지. 이러한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 중 유독 소리 콘텐츠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있다.

‘다음세대재단’에서 구축한 ‘소리아카이브’는 소리라는 정보를 통해 즐거운 세상,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간다는 기치 아래 소리 자료들을 모아둔 정보창고다. 소리아카이브에서는 크게 △정기적인 강좌, 강연 등의 오디오 콘텐츠 △기획 대담과 인터뷰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는 오디오 UCC △현 우리사회를 보여줄 수 있는 연설, 기자회견과 같은 소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소리아카이브의 조양호 팀장은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 있는 자료들을 기록하는 문화가 부족하다”며 “지금시대에는 가치 있다고 인정받지 못할지라도 앞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리들을 모으고 있다”고 소리 아카이브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른 콘텐츠들과 비교해서 소리만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편리함’이다. 조 팀장은 “글, 사진, 동영상과 같은 시각자료와 달리 소리 자료의 경우 쉽게 휴대가 가능하고 소리를 들으면서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며 소리 콘텐츠의 장점을 설명했다.
소리아카이브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의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소리아카이브를 통해 제공되는 프로이트, 라캉의 강의를 듣는 네티즌 ‘라이터’씨는 “지방에서 운전하는 사람입니다. 운전하면서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이런 귀한 자료를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담시’씨 역시 “이렇게 훌륭한 파일들이 숨어있었다니!”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리아카이브에서는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반전 시민단체인 ‘경계를 넘어’의 기획자 한수진씨도 소리 콘텐츠만의 장점을 언급한다. 한씨는 “소리 콘텐츠는 기존 동영상이나 글 같은 자료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른 시선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경계를 넘어’에서는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 심층적인 분석, 분쟁 지역에 대한 ‘경계 넘어’의 시선을 제공한다.

인터넷 소리들이 제공하고 있는 또 다른 측면은 ‘공익성’이다. 실제로 소리아카이브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료들은 로그인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이용가능하다. 제공하는 자료들 또한 CCL(creative commons license)마크를 표기해 ‘창작’과 ‘공유’를 가능하게 했다. 조 팀장은 “소리아카이브는 비영리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정보는 공유되는 것이라는 전제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 자료들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몇몇 단체들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영화’라는 ‘소리’를 제공한다. 화면해설영화는 직접 화면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장면마다 해설을 해서 기존 영화 음성파일과 합성시킨 것이다. 예컨대 공포영화의 경우 무서운 장면에서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올 때, 그 소리만 듣는다면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데 화면해설영화에서는 그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물론 하나하나 전부 설명해 준다면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간단한 묘사를 통해 시각장애인이라도 영화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총 12편의 한국 영화를 소리로 제작해 제공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관’의 곽현용 소장은 “시각장애인들도 영화나 드라마, 방송을 보고 싶은 욕구는 많은데 현실적으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익성 측면에서 화면해설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소리 콘텐츠들은 아직 보편화가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생소하게 생각하는 등의 현실적 한계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큰 한계는 소리 콘텐츠들이 가지는 ‘저작권’에 있다. 소리아카이브의 조 팀장은 “소리 자료들을 많이 모으고 싶지만 ‘저작권’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치게 된다”고 말했다. 화면해설영화를 만든 복지회관의 곽 소장 역시 “특히 해외 영화의 경우 저작권문제 때문에 화면해설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는 저작권문제로 화면해설영화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예정이다.

인터넷 사회에서 ‘소리 콘텐츠’는 아직 주류라고 말하기 힘들다. 앞으로도 역시 비주류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봉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빠져 이들은 지금도 소리를 모으고 있다.

최명헌 기자 future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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