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무료 콘텐츠 소비자들의 피해 심각해… 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여기저기

고객의 구매에 있어 무료라는 것은 돈을 내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몇몇 온라인 업체의 의견은 그것과 다른 것 같다. SMS, 휴대폰 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상의 무료콘텐츠가 ‘무료’라는 이름하에 실제로는 유료 결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 결제 서비스가 자동화 되면서 이러한 피해는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무료 체험 서비스의 함정

지난 10월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성환씨는 사용하지도 않은 이용료가 청구된 요금고지서를 받았다. 요금을 부과한 곳은 지난 9월 가입한 한 온라인 업체였다.
이씨는 지난 9월 25일자로 음원제공 온라인업체 000에 가입했다. 가입이 끝나니 7일 단위로 무료 체험을 하는 이벤트 공지가 있었다. 이에 반색한 이씨는 바로 7일 무료 체험쿠폰을 발급받고 그날부터 사용을 시작했다. 하지만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무료기간 동안만 사용하고 그후로 사용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달 뒤 요금고지서에는 회원 이용료 5천500원이 청구돼 있었다. 이에 놀란 이씨는 바로 문의전화를 했지만 업체 측에서는 고객의 과실이며 먼저 공지를 했다고 말했다. 다시 000 홈페이지를 간 이씨는 그제서야 하단에 작은 글씨로 ‘무료 체험 기간 중 해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유료 전환됩니다’란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약정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고객이 미리 해지를 하지 않으면 서비스가 자동으로 유료로 전환되는 것이다. 게다가 유료전환 시 유료로 전환되었음을 알려주지 않는 곳도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수가 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요즘 들어 고객들이 아주 많이 피해를 보는 유형 중 하나이다.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시민단체인 ‘한국소비자파워센터’는 “일정기간 후 자동으로 유료로 되는 사이트들로 인한 소비자들의 고발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말했다.

콘텐츠는 무료, 콘텐츠 이용은 유료?

콘텐츠 자체는 무료이지만 그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돈을 지불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 마산에 거주하는 노다영씨는 지난 25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고객 감사 선물 대잔치’ 이벤트를 발견했다. 무료로 벨소리를 제공하는 이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노씨는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했다. 하지만 그 후 휴대폰으로 벨소리를 받던 중 ‘무선 컨텐츠 요금 4천500원 결제 완료, 이월 휴대폰 요금에 청구됩니다’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노씨가 가입한 이벤트 홈페이지는 회원가입 절차로 휴대폰으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적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이 휴대폰 인증을 통해 자동으로 4천500원이 결제되는 것이었다. 즉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회원가입 절차를 수행함과 동시에 정액서비스에 가입을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이 이벤트 자체는 무료다. 하지만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 가입을 해야 하며, 가입을 통해 정액요금 4천500원을 납부하게 된다. 말만 무료지 실상은 유료와 다름없다.
하지만 노씨가 이에 대해 항의하였지만 이 업체에서는 ‘회원가입 절차 중 유료결제라는 말이 홈페이지에 있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국소비자파워센터는 “소비자들은 돈이 가장 민감한 문제인만큼 결제 관련 정보들을 사이트 중앙에 크게 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지만, 업체들은 어쨌든 공지를 했기 때문에 법에는 위반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노씨는 “인터넷을 찾아보니 저와 똑같은 사례가 많은 것 같다”며 “이런 업체들은 자신들의 이익만 찾으려고 고객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노씨는 정보통신부와 소비자센터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이며 소액결제 범죄 공동모임 ‘작은소망’이라는 다음카페에도 피해접수를 한 상태이다. 하지만 업체 측에서는 자신들은 분명 결제를 명시했으며 소비자 측에서 문제제기를 한다면 대응하겠다는 태도이다.

알면서도 넘어갈 수 밖에 없는 피해자들

이러한 문제의 또다른 심각성은 피해 금액이 적은 소액결제임에도 해결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무료체험 사이트로 인해 피해를 본 박성욱(22)씨는 “민원을 제기하고 심사한 뒤 결과가 나오기까지 업체들을 상대하는 데 거의 2달 동안은 시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현재 박씨는 가해 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절차상의 복잡함이 따르며, 소송을 진행하는데 있어 금액이 발생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결국 피해자들은 ‘그냥 3~4천원 버린다’는 생각으로 포기하게 된다.
한편, 소비자들은 무료체험 이벤트를 신청한 직후 7일 동안은 해지를 하지 못하도록 돼있는 시스템 때문에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않아 해지를 하려고 해도 일주일씩 기다려야 하며, 결국 깜박하고 해지를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이러한 여러 사례들을 해결하기란 지금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에 관련한 법안이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규정이 있다고 해도 체벌규정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도 문제이다. “업체 측에서는 규정이 있어도 우선 우기고 본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판결이 나도 따로 벌금이나 죄값을 치루는 게 아니라 금액을 환불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라는 한국소비자파워센터의 말은 이 문제에 있어 구체적인 규제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장기원 기자 iamhung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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