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신축시 마스터플랜 고려 안해… 건축양식 ‘제각각’ 건축시기 ‘뒤죽박죽’

우리대학교 신촌캠은 담쟁이 넝쿨에 덮인 고풍스러운 건물로 유명하다. 그러나 1920년대 지어진 본관, 스팀슨관 등의 건물과 달리 이후 건물들의 건축양식은 제각각이다. 이렇듯 통일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캠퍼스 마스터플랜(아래 마스터플랜)’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억겸기념관, 종합관, 위당관 건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박소영 기자 behappy@

지난 2003년 1월 마스터플랜 연구위원회(아래 위원회)가 구성돼 2년여 동안 신촌캠의 환경, 교통, 건축 등에 관한 종합 계획을 세웠고 2005년 이를 발표했다. 마스터플랜의 중심 내용은 △백양로에 평행한 보조축과 이에 수직으로 동서축 형성 △캠퍼스를 역사터·진리터·자유터·국제터·생활터로 나눠 주제에 맞게 건물 신·개축 △건축 양식 통일 △학교 정문과 의료원 정문 통합 등이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의 실현도 불투명할뿐더러 앞으로의 캠퍼스 조성 계획에 적용될지도 의문이다.

캠퍼스의 건물들이 신축되기까지는 제안, 이사회에서의 논의, 승인 등의 과정을 거치지만 이런 절차에도 불구하고 건축 계획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학도서관 건립, 이과대와 공과대 건물 증축 등은 발표만 됐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공식까지 마친 건축 계획이 무산되면서 남기는 인적, 물적 손해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엔 건립 초읽기였던 후생복지관과 종합체육관이 백양로 지하공간 개발계획에 따라 전면 중단됐다. 개별적인 건물에만 국한된 단기적 건축계획이 수정과 폐기를 거듭해 비효율을 낳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 시키기도 한다. 건축 계획이 개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근접한 건물의 공사가 한 번에 진행되지 못하고 릴레이식으로 추진돼 공사로 인한 불편을 재차 겪게 하고 있다. 지난 5월 개관한 학술정보관과 현재 건축 중인 모의법정동의 경우가 그렇다. 이로 인해 이 건물들과 근접한 광복관을 이용하는 학생과 교수들은 3년 가까이 소음과 통행 제한의 불편을 겪고 있다. 정은혜(법학·02)씨는 “공사 소음 때문에 광복관 B101, B102에서 이뤄지는 수업이 중단되기까지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부 측은 “모의법정동의 경우 올해 1월 로스쿨 인허가가 나서 급히 추진되는 바람에 공사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마스터플랜이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중간보고 역시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획실 이철수 부장은 “마스터플랜은 캠퍼스의 개발 가능성에 대한 내용일 뿐”이라며 “고려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국대 건축공학과 한광야 교수는 “캠퍼스는 대학의 고유한 교육철학을 담는 그릇”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오랜 고민을 통한 마스터플랜 마련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제라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마스터플랜 재검토와 체계적인 시행으로 우리대학교의 교육철학을 담은 캠퍼스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선효 기자 say_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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