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중앙광장, 이화여대 지하캠퍼스 ‘ECC’처럼 각 대학교에는 캠퍼스 전체를 상징하는 중심 공간이 존재한다. 우리대학교에는 캠퍼스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백양로가 있다. 최문규 교수(공과대·건축설계)는 “대부분의 공간이 백양로와 연결돼 있어 가히 ‘만남의 광장’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량 통행의 중심이 돼버린 현재로서는 ‘만남의 광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에 지난 2007년 학교 측은 백양로 환경 개선을 위한 ‘차 없는 백양로 사업’을 진행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계속되는 백양로의 차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은 ‘백양로 프로젝트’라는 또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이 사업은 백양로 재조경 및 지하공간 개발이 주축을 이룬다. 기획실장 이태영 교수(이과대·중규모기상학)는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차 없는 백양로’를 어느 정도 실현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후생복지관 건립 전면 보류

‘백양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학관과 중앙도서관 사이에 지하공간이 들어선다. 이 지하 공간은 백양로 중심의 새로운 학생 공간으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하공간 조성이 결정되면서 후생복지관 건립이 전면 보류됐다. 학생 복지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인 백양로 지하공간의 용도가 이들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후생복지관은 지하 2층, 지상 7층으로 편의시설 및 학생 자치 공간 확충을 목적으로 계획됐다. 지난 2007년 12월 환경영향평가 및 교통영향평가 등 모든 평가를 마치고 사실상 공사를 시작하는 단계였다. 그러나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 이사회의 대의원 총회에서 후생복지관 건립이 전면 재검토되면서 전체적인 계획이 중단된 상태다.  생협 김민호 부장은 “같은 목적의 계획이라면 일원화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라며 “후생복지관에서 계획된 공간들을 백양로 프로젝트에서 확보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아리연합회(아래 동연) 회장 김윤중(신학·04)씨는 “후생복지관 건립이 전면 재검토 된다는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며 “후생복지관 건립이 가시화되면서 학생 자치공간 문제가 곧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또 기다려야 한다니 답답하다”며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동연 측은 후생복지관 내 동아리방 배치 설계도까지 완성한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후생복지관과 함께 계획됐던 학관 리모델링도 잠정적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학관 리모델링은 지하공간 계획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그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년 끌어온 종합체육관도 무산

체육위원회 측에 의하면 ‘백양로 프로젝트’로 인해 종합체육관 설립도 무산됐다. 오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두고 900억원이 넘는 예산까지 책정해 빙구장, 농구장 등 종합체육관의 세부 조감도까지 나온 상태였지만 또 다시 중단되게 됐다. 캠퍼스 지하에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계획했던 내용들을 지하공간 안에 모두 건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체 캠퍼스를 아우르는 구상 없이 부분적인 건축 계획이 이뤄지다 보니 공사 시작 전까지 소요된 설계, 검사 등의 모든 비용과 확보한 예산을 낭비하는 비효율적인 사례가 발생하기 일쑤다. 또한 이로 인해 체육 시설 낙후 및 동아리 방을 비롯한 학생 자치 공간 부족이 곧 해소될 것이라는 학생들의 기대도 외면당하게 됐다.

상업공간으로 변질되지 않아야

지하공간이 만들어질 경우 기업 자본이 들어와 캠퍼스가 상업적으로 변할 위험도 있다. 지하공간의 조성비용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천억원이 훌쩍 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자본의 도움을 받게 되면 사실상 공간의 상업화를 피하기 힘들어진다.

실제로 이화여대 지하캠퍼스 ECC에는 수많은 기업들의 상점이 입점해있다. 이화여대 손민지(국제학부·08)씨는 “학관의 돈가스가 3천원인데 ECC 내의 식당에서 파는 돈가스는 8천원”이라며 “상점이 많아 편리하긴 하지만 모든 상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또한 이화여대 내 학생 자치상점도 위협받고 있다. 식품공학과 학생들이 운영하는 빵집은 ECC에 생긴 빵집 때문에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백양로 프로젝트’ 시행에 앞서 타 대학의 사례 분석을 통해 계획 단계에서 수많은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 충분한 검토 없는 캠퍼스 조성 계획이 계속되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구성원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김윤정 기자 shinewa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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