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조도(照度)를 점검한다

우리는 실내에서도, 어두운 밤에도 빛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적정 조도가 유지되지 않으면 눈부심으로 인한 어지러움, 피로감 또는 시력저하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연세춘추」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우리대학교 신촌캠과 원주캠 주요 건물의 실내 조도를 측정했다. 측정시간은 낮 11시~3시로 일정하게 유지했으며 공간 사용 시의 환경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자연채광을 배제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강의실이다. 강의실에서는 책을 읽고 칠판을 보는 등 시각적 피로를 줄 수 있는 활동이 계속 일어난다. 지난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가 고시한 ‘학교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 점검기준’에서는 책상과 칠판 면을 기준으로 조도 평균이 300lx 이상이 되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측정 결과 대부분의 강의실이 기준치인 300lx를 크게 웃돌았다. 소형강의실인 종합관 312호는 300~500lx, 중형강의실인 상대본관 110호는 500~800lx, 대형강의실인 백양관 대강당는 550~700lx로 측정됐다. 원주캠도 마찬가지다. 소형강의실인 창조관 511호의 경우 330~560lx, 중형강의실인 종합관 103호는 370~450lx, 백운관 321호와 같은 대형강의실은 284~550lx로 측정됐다.  대부분의 강의실이 위와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강의실 조도가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이유는 자연 채광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창가는 형광등 없이도 800lx 이상을 유지했고, 형광등을 켜자 최대 1천700lx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무조건 밝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1천500lx 이상은 시계·보석 세공 등 초정밀 작업에 적합한 조도로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시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대학교 환경디자인연구실 이연수 연구원은 “50~500lx 범위까지는 조도가 증가할수록 과업 수행 정도가 높아진다”며 이어 “그 이상의 조도는 에너지 낭비인데다 눈의 피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학술정보관 2층 복도에서 조도를 측정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euphoria@

더 큰 문제는 기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용도별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강의실뿐 아니라 글씨를 읽는데 적합한 치소 조도인 300lx를 넘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창문이 없는 신촌캠 위당관 B09의 조도는 200~300lx로 측정됐다. 백양관 6층 강의실 경우도 부분적으로 200lx에 못미쳤다. 

원주캠 역시 대형강의실로 이용되는 청송관 104호의 측정치는 109~152lx에 그쳤다. 이와 비슷한 환경인 청송관 103호, 창조관 106호 등도 150~200lx에 지나지 않았다. 원주캠 총무처 시설관리부 김광균 과장은 “이 강의실들은 강당으로 분류해 150~300lx를 기준으로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이 강의실로 이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준치가 재고될 필요가 있다. 또한 건축학과 제도실인 제1공학관 515호는 300~500lx로 정밀제도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정밀제도를 위한 공간의 조도는 600~1천500lx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자연 채광의 영향이 커 오후가 되면 제도실 조도는 이보다 더 낮아진다.

위험범위 넘어선 균제도

기준치에 맞게 조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내 공간 안에서 사각지대 없이 빛이 골고루 퍼지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는 복도 쪽과 창문 쪽의 조도차인 ‘균제도’로 나타낼 수 있는데 최대 조도와 최소 조도의 비율이 3:1이 넘으면 시각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 범위에 포함된다. ‘학교 보건법 시행규칙’에서도 채광 조명의 경우 최대 조도와 최소 조도의 비율이 10:1, 인공 조명의 경우엔 3:1이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광창이 넓은 대부분의 강의실은 균제도가 높아 위험 소지를 안고 있었다. 형광등을 끄고 자연채광으로만 측정한 결과 종합관 403호는 최대 조도 1천lx, 최소 조도 70lx로 측정됐고, 형광등을 켜자 최대 조도 1천800lx, 최소 조도 470lx로 위험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 이에 신촌캠 관재처 설비안전부 이태주 직원은 “스위치 분리를 통해 부분적으로 점등할 수 있도록 해야하지만 오래된 건물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도서관 서고

도서관에서는 독서, 공부, 정보검색 등 학업과 관련한 많은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조도 관리가 더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도서관기준안’에 따르면 신촌캠 중앙도서관(아래 중도) 및 학술정보관에도 기준치에 미달되는 곳이 상당부분 존재했다. 이용자가 서가의 책을 직접 꺼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가제 서고는 300~500lx의 조도 유지가 권장된다. 하지만 중도는 200~300lx로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경우 조도가 100lx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형광등은 켜져 있지만 책장에 가려져 빛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주캠 도서관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균 조도는 150lx였으며 사각지대의 경우 46~58lx가 나왔다.

학술정보관의 U-라운지는 더 어두웠다. 컴퓨터 책상면의 조도는 500~1천lx를 유지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컴퓨터 책상은 300~500lx를 기록했다. 심지어 학술정보 검색 코너는 햇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데다 천장이 높아 기준치에 크게 못 미치는 200lx를 기록했다. 윤종은(주거환경·07)씨는 “어두침침해서 컴퓨터 책상위의 작은 글씨 읽기도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기준미달 열람실 태반

한국산업규격 조도기준에 따르면 도서관의 일반 열람실은 1천lx를 기준으로 최소 600lx, 최대 1천500lx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중도 6층 열람실의 경우 400~600lx에 그쳐 최소 조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반면 학술정보관 3층 노트북 열람실의 조도는 760~800lx, 대열람실 책상 위는 900lx로 적정기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원주캠 도서관 열람실도 400~550lx를 기록했다. 특히 사각지대는 200lx로 기준치에 상당히 모자라지만 보조등도 설치돼 있지 않아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부적합한 환경이다. 정하늘(정경경영·07)씨는 “자리마다 조도가 달라 자리 배정하기 전 밝기를 확인하고 선택 한다”고 말했다. 이에 원주캠 총무처 김 과장은 “오래된 건물이라 조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도는 추후 관리에 의해 충분히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는 12월에 시작하는 원주캠 도서관 리모델링에서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한편 휴게실의 조도 적정기준은 150~300lx다. 하지만 중도 6층에 신설된 휴게실 ‘늘라온’의 조도는 평균 60lx, 최소 20lx까지 내려가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야간 공원’의 밝기 정도에 해당한다. 조도 수치만 봐서는 수면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내 조도는 형광등의 수명, 채광 등에 의해 변동하기 때문에 수시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대학교 조도 관리에 대해 관재처 이 직원은 “건물 설계 시 조도 기준에 따라 형광등을 설치한다”며 “형광등 교체도 상시 근무하며 수시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내 모든 건물의 형광등 교체 등 조도 관련 업무를 불과 10명의 설비안전부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높은 곳의 형광등 교체는 비용 문제로 1년에 2회만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디자인연구실 이연수 연구원은 “버튼을 돌리면 밝기조절이 가능한 조도 조절 시스템(Dimming System)이 갖춰지면 각 실마다 유연하게 조도를 조절할 수 있다”며 “고가의 비용이긴 하지만 점차적으로 바꿔나가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정, 임유진 기자 smile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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