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청바지 차림의 평범한 사람이 무대 위의 화려한 고양이로 변하는가 하면 미모의 여배우가 무서운 좀비로 변신한다. 건장한 남성이 ‘이쁘장한’ 여가수로 변신하는가 하면 현대적인 스타일의 여인이 중세시대의 왕비로 변하기도 한다.

공연 중 배우는 또 다른 인물로 다시 태어난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데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는 배우들의 분장으로 무대 위 배우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그들은 바로 공연 분장사다.

공연 시작 2시간 전, 뮤지컬 『록키호러쇼』의 분장사 이정아(24)씨의 손길은 바빠진다. 분장실은 어느새 배우들로 가득차 여기저기서 그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지금이 가장 바쁜 시간대에요”라고 그녀가 말한다. 배우들이 공연 전에 리허설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씨는 한시도 긴장의 손길을 멈출 수 없다.

분장사는 배우가 극중 성격에 적합하도록 얼굴, 몸, 옷 등을 꾸며주는 일을 한다. 분장은 배우가 연기에 몰입하도록 하고 관객들이 배역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때문에 분장의 방향은 분장사가 공연되는 극의 내용을 사전에 숙지 한 후 연출가와의 컨셉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씨는 “똑같은 극이라도 공연마다 컨셉을 드라마틱하게 잡을 수도 있고 트렌디하게 잡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대개의 경우 연출가와의 상의를 통해서 분장의 컨셉이 결정되지만 경우에 따라 배우들의 요구로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연출가와 미리 정해놓은 컨셉에 맞지 않은 분장을 배우들이 원할 때 조금 힘들다”며 조심스럽게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럴 때는 배우들과 의견 조율을 통해 서로 합의를 하는 편이라고.

공연 1시간 전, 배우들의 무대 리허설이 시작된다. 무대에서는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무대 옆 분장실에서 그녀는 배우들을 한 명씩 ‘척척’ 무대로 올려 보낸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갖가지의 화려한 화장품과 도구들로 배우들은 변신을 거듭한다. “극의 컨셉에 맞게 배우들이 변하는 것을 볼 때 뿌듯하다”고 이씨는 말한다.

이번 『록키호러쇼』 공연에서는 극 중 주인공 ‘프랑큰퍼터’가 각각 다른 컨셉을 가진 네 명의 배우로 등장한다. 그래서 분장사가 신경써야할 부분이 더욱 많다. 이씨는“화려하고 예쁘게 해야 할 때도 있고, 분장으로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해야 할 때도 있다”고 전한다.  

자신의 손길을 거쳐 간 배우들이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 이렇게 무대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조력자’가 있기에 무대 위의 배우들이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글 박소영 기자 thdud0919@
 사진 박소영 기자 be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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