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속으로는 항상 긴장해 있어야 해요”

2008 서울공연예술제(SPAF) 국내초청착품인 『벚꽃동산』의 무대감독을 맡은 박정준(26)씨는 ‘무대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무대감독은 공연이 진행될 때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총괄한다. 공연 중 사고를 방지하는 것에서부터 공연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의 모든 일들을 감독하는 것이다. 박씨는 “배우가 최적의 환경에서 연기를 하도록 하고 관객이 편안하게 공연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연극은 배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무대, 조명, 음향, 의상, 소품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종합예술’이다. 연출가의 생각 속에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것들이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현실로 구체화된다. 특히, 무대감독은 각 요소들의 차이를 아우르고 종합적으로 묶어내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에 공연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스텝들과의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박씨는 “조금이라도 의견조율에 차질이 생기면 극 전체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며 “스스로 감정조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에 대해 말한다.

한편 연극을 보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은 배우의 ‘연기’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박씨는 “연기와 더불어 무대도 하나의 상징성을 지니고 그것을 표현하는 도구다”며 연극에 있어서 무대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무대 뒤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서운함에 대한 질문하자, 박씨는 웃으며 “배우들이 받는 박수세례가 곧 내가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답한다.

뮤지컬의 경우는 어떠할까. 지난 9월 26일부터 대학로 씨어터S.H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록키호러쇼』의 무대감독 민활란(24)씨는 “뮤지컬의 경우 연극과는 달리 무대 위에서의 음향부분을 많이 신경 써야 한다”며 연극무대와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연극은 무대와 관객과의 거리가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소품이나 관객의 편의와 관련된 부분을 감독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반면 뮤지컬은 음악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돼 음향적인 부분을 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무대 위에서의 사고에 대비해 무대 설치에 관한 것도 그녀가 담당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자로서 힘든 점도 많다고. “무거운 공구를 들고 직접 설치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기도 하다”며 어려움을 전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 다른 스텝들과 부대끼며 분주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은 이 일을 하며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재미 중 하나다. “공연이 시작한 후에는 무대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숨어있는 표정을 보는 것도 재밌다”며 특별한 매력을 전했다. 

이름 앞에 붙은 무대감독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는 달리 실제 공연장에서 그들은 온갖 고된 일을 도맡아 한다. 한 번쯤은 그들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화려하게 빛나는 무대 뒤에는 그들의 ‘노고’가 서려있다는 것을.

 글 박소영 기자 thdud0919@
 사진 김지영 기자 euph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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