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짧은 가을해가 아쉬워 마냥 붙잡아 밝혀두고픈 마을들이 있다. 귀한 손님이 머무는 곳이란 뜻을 지닌 원주시 귀래면의 두 마을, 다둔마을과 황산마을이다. 원주캠퍼스에서 31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귀래종점에서 내려 택시를 타거나 도보로 마을을 찾아갈 수 있다.  

곤드레나물 향 맴도는 산골짜기

‘운계리건너편’ 정거장에서 내려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다둔마을에 당도하게 될 것이다. 후방으로는 백운산, 전방으로는 미륵산에 둘러싸인 분지여서인지 마을 특유의 분위기가 고요하다. 이 고요한 산골마을이 최근 체험관광마을로의 성장을 위한 걸음마를 내딛고 있다.

올해 전통테마마을에 선정된 후 다둔마을 주민들은 마을테마 발굴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첫번째 테마로 산채나물 맛 기행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곤드레와 고사리 등의 산채비빔밥을 산채피자로 응용해 도시 관광객 시식회를 열어 큰 호응을 받았다. 당시 40여명의 도시민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에서 80%가 “다시 찾고 싶은 맛이다”라는 호평을 남겨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밖에도 다둔마을은 관광객들이 십자봉, 매봉, 언친바위봉 등의 주변관광지도 즐길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등산로와 산책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마을 북쪽, 다둔리에 자리한 ‘한국민속미술연구소’와의 연계를 통한 도자기 얼굴조각공원도 도모하고 있다. 경관이 수려한 계곡을 끼고 있는 ‘한국민속미술연구소’는 전국 각처에서 모은 돌하르방을 비롯한 토속적 조형물과 옹기 등을 수집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을회관의 한쪽 담벼락에 쌓인 장작이 눈길을 끈다. 가을을 맞아 보랏빛 곤드레 꽃망울이 움튼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겨울에 있을 장승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란다. 계절따라 소박하게나마 마을축제를 갖는다며 장작을 갈무리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분주함이 옛 선조의 부지런함과 닮아있다.
다둔마을의 한재구 이장은 “청정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마을자산을 가지고 이제 그린투어리즘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라며 “관광을 온 도시민들이 건강과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다둔마을을 체험한 후에는 전방에 위치한 미륵산 자락으로 걸음을 옮겨봄이 어떨까? 마을과 이어진 미륵산 능선을 따라가면 황산골에 도달할 수 있다. 약 9km에 걸친 산행은 또 다른 공기를 머금은 황산골 황산마을로 길손을 안내한다.

미륵산 능선 타고 다둔에서 황산골로

운계리에서 미륵산을 거쳐 황산골의 황산마을로 들어온 사람들은 △곤충농장 △미륵산농원 △천연염색 △명상의 벽 △만국기공원 △민속공예품전시관 순으로 마을을 체험할 수 있다.
미륵산 등반에서 미륵불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나온 길손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곤충농장이다. 장수하늘소, 사슴벌레 등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견학장이다. 이어 10분간 내려오면 미륵산농원에서 넓게 펼쳐진 장독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장맛이 좋아서 주부 관광객에게 평이 좋다고 한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올 때 보이는 각종 테마마당도 주요한 볼거리다. 그중에서도 돌담을 따라 이어진 명상의 벽은 길손에게 안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인생의 교훈을 담아 명상의 벽을 수놓은 마을어른들의 어록을 더듬다 보면 코끝에 흐릿한 허브향이 전해져 온다. 명상의 벽 서쪽에 자리한 허브농원에서 나는 허브향이 길손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난향초, 구절초 등 갖은 허브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으로 은은하게 자리한다. 마을 유치원의 현장학습 장소로 자주 쓰이는 곳이다. 

황산마을 허브농원에서 견학 중인 아이들. 자료사진 황산마을

허브농원에서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 왼편에는 만국기공원이 있다. 흰 기둥들의 이마에 그려진 만국기가 다소 낯설다. 주포리의 김윤호 이장은 “국수적 의미의 전통이 아닌 세계화로의 포용력까지 갖춰서 외국인 관광객을 환영하고자했다”며 만국기공원의 의의를 밝혔다. 전통을 재구현하면서도 열린마음으로 세계화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 새롭다. 

마을입구에 위치한 마을회관을 기준으로 서북쪽으로는 △짚풀공예체험농가 △보리수농장 등 다섯 농가가 자리한다. 농가에서는 추수시기와 맞춘 체험 프로그램이 활발한데 특히 짚풀공예는 마을의 원로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가족단위로 체험장을 찾는 어린 아이들에게 ‘전통과의 만남’이라는 의미로 다가가고 있다. 마을을 찾은 윤형원(46)씨 가족은 “고향이 서울이라 아이들에게 옛날얘기 해주는게 참 어려웠는데 이번 체험여행이 큰 도움이 됐다”며 즐거움을 표했다.이처럼 황산마을은 전통을 농촌체험관광산업으로 연결한 선두주자로서 최근에는 정보화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주말, 농익은 가을 들녘으로의 체험여행을 통해 빠른 일상과 반복의 도돌이표에 익숙해진 우리네 시간표에도 한마디 쉼표를 그려봄이 어떨까.            

민다혜 기자 gggooo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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