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식장치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다

 연돌이는 월요일 첫 수업에 지각할 위기에 처했다. 급하게 전화를 걸어 친구에게 대리 출석을 부탁한다. 친구는 부탁을 저버릴 수 없어 대리 출석을 위해 강의실로 향한다. 그러나 제시간에 도착한 친구를 반기는 것은 닫혀 있는 강의실 문 앞의 카메라뿐. 빨간색 레이저가 카메라 앞에 선 친구의 얼굴을 훑고 지나간다. 몇 초 후, 카메라에서는 빨간색 불이 켜진다. 연돌이가 아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신호다. 결국 연돌이는 대리 출석에 실패하고, 결석을 하고 만다.

 세순이는 건망증으로 인해 자신의 은행 계좌 비밀번호를 자주 잊곤 한다. 이런 세순이에게 은행 직원은 다른 암호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세순이의 얼굴이 비밀번호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이제 세순이는 ATM기에 달려 있는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면 된다.
이런 장면들이 내일 당장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을까?

시험 단계의 얼굴인식 시스템

 현재 얼굴인식 시스템은 여러 방면에서 시연되고 있다. 일본의 NEC 소프트는 실제로 거리에서 얼굴인식을 이용한 정보 수집을 시연했다. 불특정 다수의 얼굴을 인식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상업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기술로 수집된 정보는 상점을 찾는 사람들 개개인의 성별과 연령층을 추정하는 데 사용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맞춤형 광고 등을 제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얼굴인식 기술을 도시의 시설 보안용 감시 시스템에 응용하기도 한다. 호주의 국가경찰청은 공항, 주차장, 부두 등에서 3번에 걸쳐 현장 검증 실험을 실시해 얼굴인식 기술의 성능을 시험했다. 실제로 호주 이민국은 얼굴인식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게이트’라는 자동화된 국경 검문 시스템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호주 이민국은 전자여권에 기록된 마이크로칩의 이미지와 각 개인의 얼굴을 비교해 이민자를 인증한다. 독일도 얼굴인식 기능을 사용해 용의자를 식별하는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모든 이민자들과 국민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상용화는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다.

 한 발짝 더 다가온 얼굴인식

 얼굴인식 시스템은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 오지 못한 듯 보이지만, 우리 곁에는 이미 얼굴인식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많다. 얼굴인식 기능이 탑재된 카메라는 대중들에게 알려진 가장 흔한 기기다.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참여자 580명 중 228명이 지난 2007년 상반기 디지털 카메라의 주요 구매요인으로 얼굴인식 기능을 꼽았다. 얼굴인식 기능이 탑재된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초점을 맞추고 얼굴과 배경간의 균형을 고려해 밝기 또한 조정할 수 있다. 또한, 웃을 때 자동적으로 셔터가 눌리는 ‘스마일셔터’ 기능도 갖추고 있다. 소비자들은 카메라가 얼굴을 자동적으로 인식하는 기능으로 인물에 정확한 초점을 맞출 수 있어 편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4월, 도시바코리아(아래 도시바)는 얼굴을 인식해 로그인하는 노트북PC 12종을 출시했다. 도시바는 이번 신제품에 ‘스마트 페이스 기술’을 탑재해 130만 화소의 웹캠을 통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 파악하게 된다고 밝혔다. 비단 도시바뿐만이 아니다. 삼성, 소니, 아수스 등 여러 회사에서 얼굴인식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HP의 얼굴인식 노트북을 사용하는 김지웅(21)씨는 "비밀번호로 보안을 관리하면 노출될 위험이 큰데, 실제 내 얼굴로 로그인을 하니 정보 관리에 있어 훨씬 탁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얼굴인식, 그 엄청난 기술력

 그렇다면 얼굴인식 기술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얼굴인식 기술은 생체인식 분야 중 하나로 사람의 얼굴마다 담긴 고유한 특징을 이용해 기계가 자동으로 사람을 식별하는 것이다. 얼굴인식 기술은 크게 얼굴 영역의 분리, 얼굴의 특징 추출, 그리고 패턴분류의 세 과정으로 구성된다.

 얼굴 영역의 분리 과정은 말 그대로 배경에서부터 사람의 얼굴만을 따로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복잡한 배경 속에서도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어야 하고, 영상 즉 움직이는 모습에서도 얼굴 부분만 따로 분리해낼 수 있어야 한다. 얼굴인식 기능이 상용화되려면 가장 기초적인 이 과정이 필요하다.

 얼굴의 특징 추출 과정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추출하는 데서 시작한다. 먼저 디지털 형태로 된 얼굴 사진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후, 얼굴영상을 분석해 물리적인 특징들을 일정한 패턴이나 수치적 표현으로 전환한다. 또한 2차원적인 얼굴 정보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분리한 배열을 통해 공통된 특징을 가진 그룹을 만들고 얼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낸다. 이후 이러한 자료를 합성, 조합해 고유한 얼굴 특징을 추출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마지막 패턴분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얼굴인식 기술에는 얼굴 혈관에서 발생하는 열상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는 특징점기반 방식과 3차원 얼굴 영상을 이용한 영상기반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특징점기반 방식은 얼굴인식 기술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눈, 코, 입 등 얼굴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곳에 점을 찍고 이 점들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얼굴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눈 사이의 거리, 눈썹의 꺾어진 각도, 코의 길이, 입의 크기 등이다. 반면 영상기반 방식의 경우에는 3차원 영상과 눈동자,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판별한다. 다른 방식과는 달리 영상기반 방식의 경우 3차원 영상으로 얼굴을 파악할 수 있어 얼굴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굴인식 프로그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얼굴인식 산업계에서는 이제 실제 사용자를 입체적으로 정확히 인식하고, 움직임에도 능동적으로 반응해 얼굴인식 시스템의 장점인 ‘철저한 보안’을 더욱 강화시켜야 할 과제가 있다. 얼굴인식 프로그램의 발전은 미래 사회가 지금보다 보안에 철저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신호다. 앞으로 얼굴인식 프로그램이 어떻게 발전해 우리 삶을 더욱 파고들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박수빈 기자 bejealous@
일러스트레이션 남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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