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도료에서 항암, 노화 방지까지… 독성 간과해서는 안돼

벌레도 끼지 않게
귀신도 들지 않게
까맣게 새까맣게 옻칠하기
오장육부를 칠판처럼 두둑하게 옻입히기

 이는 박찬선 시인의 시「세상이 날 옻을 먹게 한다」의 한 부분이다. 살균력이 강한 옻의 특성을 빌린 표현이 주를 이룬다. 옻은 나전칠기와 같은 민속공예품에 사용돼왔고 옛 민화를 그릴 때 안료 및 그림의 보존을 위한 방부제로도 쓰였다. 8만대장경과 같은 문화유산을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도 천년을 간다는 옻의 효과 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NASA는 우주선의 일부 정밀부품의 보호를 위해 한국산 참옻을 도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산 옻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옻의 전부가 아니다. 앞서 말한 내용은 사람의 신체로 치자면 새끼손톱 만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옻의 나머지 아홉 손가락은 어떤 얼굴을 가졌을까?

 죽염의 창시자인 인산 김일훈은 저서 『구세심방』에서 ‘옻은 위를 따뜻하게 하여 염증을 없애며 소화를 잘 되게 하여 모든 위장병을 치료하고, 간에서는 어혈*을 풀고 염증을 다스리며, 심장에서는 청혈제*가 되어 온갖 심장병을 다스리고, 폐에서는 살충제가 되어 결핵균을 없애며, 콩팥에서는 이수약*이 되어 온갖 신장 질병을 다스린다’고 극찬했다. 또 『신약』에서는 암약제, 고질 신경통, 제심장병, 관절염, 골수염, 부인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옻의 ‘약초’로서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인산만이 아니었다. 조선의 신의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옻은 살로 가는 것이 아니고 뼈로 가며, 골수를 충족시켜 여성에게는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에 좋고 남성들에게는 스테미너에 좋다’고 하였다.

 노화방지의 효능 또한 탁월한 것으로 예견돼왔다. 현재 원주의과대 최응호 교수를 필두로 한 ‘옻 바이오 연구단(아래 연구단)’은 이에 대한 잇단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학기 학술제에서 연구단은 광(光)노화의 변화에 따른 실험결과를 토대로 “빛에 노출됐을 때 옻 물을 먹인 쥐는 광노화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임상실험을 거친 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면 옻 추출물로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의약품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옻 추출물의 항염작용, 옻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우루시올의 인슐린 분비 효과, 옻 성분의 향균 및 선천면역 효과, 세포살상효과 검증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연구 중에 있다. 이러한 학술연구는 그동안 그 탁월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알레르기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으로 인해 외면 받아온 옻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시가 없는 꽃의 향기는 달콤하지 않다했던가. 팔방미인 옻은 그 달콤함에 비견되는 독이라는 가시를 품고 있다. 아침에 옻닭을 먹은 사람이 일을 본 용변기가 있었는데, 저녁에 그 용변기를 사용한 사람이 옻독이 올라 고생했다는 일화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이든 과장이든지간에 이 일화가 시사하는 옻의 강한 독성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옻은 몸에 열이 많은 체질, 특히 소양인에게는 맞지 않고 O형의 혈액형을 지닌 사람에게도 위험하다. 옻독이 올랐을 때 쓰는 민간요법으로는 △쌀 씹어 바르기 △날달걀 깨트려 바르기 △밤나무 삶은 물 바르기 △백반 녹여 바르기 등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로써도 해독이 안 된다면 ‘칠해목’을 달여 먹어야 한다.

 옻의 독성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예로부터 많은 방법이 사용됐다. 『동의보감』본초편은 ‘자연히 말라 모양이 벌집같이 되고 구멍마다 굳게 맺혀서 철석같이 된 옻을 부숴서 불에 볶되 연기가 나도록 해서 써야 위와 장을 다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옻의 독을 가열하여 탄화 시킨 후 약용을 해야만 독성도 줄고 위장에 손상이 없는데 이것을 닭과 같이 복용하는 방법이 근래에 와서 널리 퍼져있다. 

 민간비방의 전설 중에는 ‘오핵단’이라는 불로불사의 영약이 있다고 한다. 옻 역시 오핵단의 재료 중 하나라 하는데 이 영약의 실존에 대해선 의문이다. 불로불사의 ‘영약’만을 쫓다 오히려 독에 당하는 무지함이 아닌 내게 맞는 ‘독’과‘약’을 찾는 지혜로운 ‘역량’이 필요하다. 숨겨진 가시에 찔리고 싶지 않다면 옻의 속꺼풀, 그 면면을 들여다보자.

1)어혈: 체내의 혈액이 일정한 자리에 정체되어 노폐물이 많아져 생기는 한의학상의 병증.
2)청혈제: 피의 성분을 맑고 깨끗하게 하는 약.
3)이수약: 이뇨약

글 민다혜 기자  gggooo555@
그림 이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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