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소 박승록 연구위원 인터뷰

지난 7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도시 근로자가구 기준 자료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0% 상승했다. 지난 9월 30일에는 신촌 근처 하숙비가 크게 오르고 있으며, 이에 부담을 가진 학생들을 위해 하숙집 주인이 원래 한방이었던 하숙방을 두개의 방으로 나눠 조금 싼 값에 학생들을 수용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물가상승이 연일 서민들의 마음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6월 OECD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을 비교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 1년간 물가상승률은 5.5%로 OECD 평균 4.4%보다 1.1%나 높았다. 이렇게 지나친 물가상승 사태를 전문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해결방안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경제연구소 기업연구본부 박승록 연구위원을 만나봤다.

△이번 물가상승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며,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계층은 누구라 생각하는가.
“물가상승은 어느 한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유가의 상승일 것이다. 물가상승요인 중 휘발유, 등유, 경유를 포함한 유가관련 상승 요인이 38.5%나 된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년 동월(8월 기준)기준 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가 5.6%, 생활물가가 6.6%이다. 하지만 서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민물가지수는 본인이 계산해 본 결과 7.1% 상승했다. 서민층이 느끼는 물가상승이 중산층보다는 더욱 피부에 와닿는 것이다. 자연히 서민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게 된다.”

△유가상승 외의 물가상승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교육비다. 서민물가지수 상승에서 각종 학교에 납입하는 납입금이 8.6%를 차지했으며, 학원비가 7.8%를 차지했다. 공교육 사교육 합쳐 16.4%를 차지하고 있는데, 유가상승과 더불어 물가상승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요인이 바로 이 두가지다.”

△대학등록금의 인상과 물가상승 사태가 연관성이 있는가. 연관성이 있다면 대학등록금의 인상이 물가상승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서민물가’의 증가율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납입금이다. 그 납입금 중에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학 등록금이다. 따라서 대학등록금과 서민물가 상승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이 있는 것이다.”

△사실 유가상승은 그동안 주기적으로 일어났다. 그런데 왜 이번 물가상승만 이렇게 크게 회자되고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인가.
“70년대 오일쇼크 때와 80년대 2차오일쇼크 때 역시 물가는 크게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하락했다. 외환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환율이 갑자기 오르니 국내물가가 치솟았고, 그 때 역시 서민들의 삶은 붕괴됐다.
이처럼 여타 물가상승 때와 상황이 비슷함에도 이번 사태가 크게 문제시 되는 것은 각종 언론의 과잉보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정부의 흡집을 잡기위한 언론의 행태라고 본다. 비판만 늘어지게 할 뿐 언론이 건전한 대책 하나를 내놓았는가.”

△물가상승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바람직한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물가상승 사태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나를 살펴봐야 한다. 이번 물가상승은 정부의 시행착오, 국내의 상황 때문이 아니다. 그 요인은 해외로부터 비롯됐다. 유가의 상승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로서는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유가를 들여올 때 정부가 받는 세금을 55%까지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이 세금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야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서민층을 위해 복지지출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에게는 딱히 해 주고 있는 것이 없다. 마냥 세금을 줄인다면 정부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방안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가.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가 떠안는 수 밖에 없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기 목소리만 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소비자, 기업 모두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정부는 정부지출을 아껴 세금을 낮춰야 하며 기업은 내부적으로 경영합리화, 기술개발 등을 통해 원가상승요인의 압력을 줄여야 한다.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물가상승 억제하라!’고 외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외치기만 한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길만이 이 인플레 위기를 다시 한번 넘길 수 있는 최상의 대책이 될 것이다.”

장기원 기자 iamhung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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