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공연·전시 공간 부족

연출자 오태석, 배우 명계남은 ‘극예술연구회’에서 연극인의 꿈을 키웠고, 안치환은 노래패 ‘울림터’에서, 스윗소로우는 남성합창단 ‘글리클럽(Glee Club)’에서 가수의 기량을 다졌다. 이처럼 우리대학교의 공연·예술동아리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인을 키운 산실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문화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동아리들이 결과물을 보일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중앙동아리만 해도 연극, 음악 등 공연무대가 필요한 공연예술 동아리는 18개, 사진, 그림과 같이 전시공간을 필요로 하는 창작예술 동아리는 4개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단과대의 공연·전시 동아리 만해도 총 40여개에 달한다. 우리대학교 내의 공연 및 전시 공간으로는 이 동아리들의 공연 공간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현재 학내 공연 공간은 노천극장, 백주년기념관, 대강당, 푸른샘, 동문회관, 무악극장 등 6곳뿐이다. 상대본관의 각당헌이나 제1공학관의 C040강의실 등 단과대의 큰 규모의 강의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공연 공간 부족 문제는 치열한 장소 섭외 경쟁을 초래했다. 현재 학관 4층 무악극장은 연일 학생들의 공연으로 9월 한 달과 10월 초순까지 일정이 꽉 차있다. 무악극장 대여를 담당하고 있는 총연극회 측은 “연극단체는 물론 타 동아리에서도 빌리려고 해서 경쟁이 심하다”며 “공연을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공연날짜를 바꾸는 동아리도 있다”고 말했다. 학관 3층의 푸른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앙동아리는 2주 전, 단과대 동아리는 1주 전부터 동아리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신청이 가능한데 이미 다음주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현재 전시 공간은 푸른샘과 학술정보관의 전시실이 전부다. 사진동아리 ‘연영회’ 회장 이정호(세라믹·06)씨는 “학내에 전시 공간이 거의 없어 경쟁이 심하다”며 “이번 연고제 사진전도 전시장 섭외를 못해서 백양로에서 해야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림이나 서예 전시회의 경우엔 표구한 작품을 전시해야 하기 때문에 야외 전시도 불가능하다.  ‘서우회’ 김규원(기계공학부·05)씨는 “공간 대여가 어려워 대강당 3층 복도에서 전시회를 열었다”며 “전시 공간이 충분히 마련된 타대학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각 단과대의 공간 대여방식 역시 비효율적이다. 단과대 사무실에서 타 단과대 소속 학생의 강의실 대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경대의 경우 각당헌을 상경대, 경영대, 경영대학원 학생들에게만 빌려주고 있다. 이에 대해 상경대 사무실 측은 “다른 단과대에서 의뢰가 오면 해당 단과대에 문의해보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과대 민중노래패 ‘청년’의 서원용(천문우주·07)씨는 “이과대는 공연할 수 있는 규모의 공간이 없다”며 “공연을 준비할 때마다 곤혹스러운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규모 공연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900석 규모의 백주년기념관, 1천680명이 수용가능한 대강당은 소규모 공연엔 적합하지 않다.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동아리공연의 대부분은 전체좌석의 10% 정도만 채워지기 일쑤다. 이에 총무처 최두영 부장은 “공연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공간 사용으로 전기와 난방, 인력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며 “2~300명 정도의 소규모 공연 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내 밴드의 경우 하루에 60만원 정도를 내고 신촌 주변의 라이브클럽을 대여하기도 한다. 문과대 밴드 ‘시월’의 회장 김현경(문정·07)씨는 “학교 안에 밴드 공연에 적당한 공간이 없어 주로 라이브클럽을 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간 문제를 피해 백양로에서 야외 공연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소음 문제와 부딪힌다. 소음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맞닿아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총무처 윤문식 과장은 “1년 평균 3~4번 정도 야외무대가 설치된다”며 “그때마다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장소 부족이 2차적인 소음 문제까지 낳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동아리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펼칠 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학내 공연·전시 공간의 인프라 확보가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이유다.

김선효 기자 say_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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