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세일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용식(19)군은 “대학 수시 입학전형료가 너무 비싸다”며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를 뽑는 것인데 우리가 그렇게 많은 돈을 낼 필요가 있나 싶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입시생들은 이러한 불만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서울 선유고등학교 나아무개(19)군은 “지나치게 비싼 대학 입학전형료의 책정 기준에 궁금증을 느낀 적이 많지만 그 돈의 몇 배를 더 내서라도 합격만 할 수 있으면 만족한다”며 “몇만원 아끼려고 가고 싶은 대학 원서를 적게 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학 입학전형료가 아무리 비싸도 몸이 다는 건 학생 쪽이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전형료에 상관없이 대학에 원서를 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입시생들의 상황은 대학들이 입시사회의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에 사는 고3 이지희(19)양은 전형료가 얼마나 돼야 원서제출에 지장을 받을 것이냐는 물음에 “현 전형료의 10배가 된들 내가 정말 가고 싶은 대학이라면 주저 없이 넣을 것이다”고 대답했다.
현재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2학기의 전형료는 △우리대학교 3~15만원 △서울대학교 0~7만원 △고려대학교 5~11만원 △성균관대학교 5~8만원 △한양대학교 5~11만원 등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전형료가 합리적인 기준으로 책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우리대학교 입학관리처 송인전 과장은 전형료 책정 기준에 대해 “특별한 기준은 없다”며 “다만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입학처 관계자 역시 “전형료를 책정하는 데 있어 타 학교들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합리적인 책정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학부모들은 의문을 가지면서 전형료를 납부하게 된다. 고3 수험생을 아들로 둔 손희주(52) 학부모는 “대입 전형료로만 34만원을 썼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 지에 대해서는 대학측으로부터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며 “합격만 한다면야 걱정 없겠지만 너무 아까운 심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대학이라도 전형별로 전형료가 다르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한양대학교의 경우 수시2-1학기 ‘입학사정관전형’ 전형료는 10만원이다. ‘일반전형(의예과 제외)’의 전형료가 5만원인 것에 비하면 무려 두배가 넘는 가격이다.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입학관리처 관계자는 “각 시험 별로 치르는 과정이 다르고, 들어가는 인력이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입학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밖에 전형료의 대략적인 책정 기준은 △입학 전형별 단계 수 △전형 시 학생이 제출해야하는 서류의 개수 △면접관의 수 △실기시험의 유무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요소에도 불구하고 각 요소별로 책정되는 정확한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 입학관리처 관계자 역시 전형료의 전형별 금액 차이에 대한 정확한 책정기준은 없으며, 개략적인 책정 기준 역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수시전형료 책정기준을 비공개 원칙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들의 전형료 수준을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학업에 전념하는 학생들의 특성상 전형료에 일일이 관심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잘 알지도 못한 채 전형료를 우선 납부한다. 재수생 홍아무개 씨는 “총 전형료로 얼마나 들었는지만 알지 각 학교별 전형료가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른다”며 “전형별로 전형료가 다르다는 것도 모르던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예산기획처 ‘양극화민생대책본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학부모 1인당 평균 전형료 지출금액은 23만6천원이다. 이런 현 상황에 대해 고3 수험생인 장아무개(19)군은 “등록금 없으면 합격해도 대학 못 간다던데, 전형료 없어서 대학에 원서조차 마음대로 못 넣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는 대학 전형료 문제의 해결이 얼마나 시급한지 알려준다. 전형료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무리일지라도, 정확한 책정 기준을 공개해 입시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형료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장기원, 장유희 기자 bl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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