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입학정원 수가 입학희망자 수를 넘어선 것은 취업문이 좁아질 무렵이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경쟁의 시대, 상아탑의 향취는 대학 홈페이지의 교육이념에서나 희미하게 풍겨 나온다. 많은 수험생들은 그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을 압박하는 것은 공공연히 회자되는 대학서열이며, 유혹하는 것은 눈과 귀를 붙잡는 대학광고들이다. 대학광고가 전하는 메세지는 대체로 은근하거나 과시적이고, 가끔 노골적이다. ‘고위공무원, 판·검사가 꿈입니까? 의사, 약사가 꿈입니까? ㅇ대학교 ㅊ학부로 오십시오’, ‘공무원양성사관학교’ 등.

대학, 이미지광고를 시작하다

대학들이 처음부터 이토록 유혹적인 광고들을 내보낸 것은 아니다. 90년대  이전에는 문자 위주의 입학모집광고들이 주를 이뤘다. 현재도 대학의 교수초빙광고나 입시사정관모집광고는 이런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험생 대상의 대학광고는 판이하게 바뀌었다. 모집광고라도 문자로만 구성된 것은 찾기 힘들며 모집일정, 지원조건 등의 정보보다는 대학의 이미지를 고양시키는 카피의 비중이 크다.
이런 이미지광고가 나타난 것은 대학들이 공급초과현상 속에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대학에서 홍보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대학홍보협의회가 창설됐고 광고대행사들이 대학광고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광고들이 제작됐다.
우리대학교는 1993년 서울역 주변의 오래된 세브란스빌딩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세우며 첫 이미지광고를 내보냈다. ‘창공의 독수리’라는 이 광고에는 세브란스 빌딩 위를 날아오르는 독수리와 ‘오라 연세로, 가자 세계로’라는 카피가 들어있었다.

연세대학교도 광고를 한다, 왜?

아무리 누구나 대학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사람들이 가고 싶어 경쟁하는 대학은 소수다. 그 대학들 중 하나인 우리대학교에 관련된 해프닝 하나. 지난 2003년 LG텔레콤은 평범한 대학생이 여러 이동통신사의 멤버십 서비스를 말하는 광고를 했다. 그런데 그녀가 마지막에 한 소개가 많은 이들의 비위를 거슬리게 한 모양이다. “연세대학교 김혜미입니다”라는 말은 순식간에 구설수에 올랐고 유행어가 됐다. 광고에 언급된 대학이름이 그 광고를 ‘유명하게’ 만들다니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이런 우리대학교도 광고를 한다.
우리대학교 대외협력처 홍보부 차기섭 홍보과장은 “국제화로 인해 우수한 학생들이 외국대학으로 가는 경우가 늘고 있어 연세대학교도 외국에서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대학이란 점을 홍보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프라이드를 내세우기보다는 연세대학교의 변화, 발전상을 알린다는 측면에서 광고를 진행한다”며 “내실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나 학내구성원이 아닌 사람들은 학교가 정체돼 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대외에 변화상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과 달리 광고에 적극적인 연세대학교

김한중 총장 취임 이후 우리대학교는 예년보다 광고 예산을 많이 배정했고 사안이 있을 때마다 즉각적인 광고를 내고 있다. 우리대학교 123주년 기념 창립기념일 광고나 지난 8월 4일 LPGA투어 브리티시 오픈 첫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신지애 선수를 축하하는 광고가 대표적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대학교는 광고에 ‘Yonsei, the first & the best’라는 슬로건과 함께 ‘따뜻한 엘리트’라는 콘셉트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 광고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부터 적극적으로 광고를 활용해왔던 고려대학교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03년 어윤대 전 고려대학교 총장 재임시 고려대학교는 ‘글로벌 프라이드’라는 콘셉트 아래 전통적인 민족 이미지를 벗어나 국제적인 세계 명문으로의 인식변화를 꾀하는 광고들을 선보였다. 2007년에는 동아일보 입시면 16면에 걸친 단과대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대외협력처 홍보팀 이정철 과장은 “기존에 여러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며 “여러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는 것보다 동아일보 하나에 도배광고를 내는 것이 더 단가가 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홍보부는 광고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필요가 있으면 입학처나 단과대학 등 각 기관에 일임한다.

너도 나도 글로벌리더, 차별성은 어디에

광고대행사 광고플러스 김원규 국장은 “몇년 전부터 대학광고의 트렌드는 글로벌이었다”며 “말로만 세계화를 외치는 것은 식상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나 사례를 보여주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문에 2009학년도 수시 모집 광고를 낸 40개 4년제 대학 중 26개 대학이 ‘글로벌’,‘세계로’ 등의 내용이 담긴 카피를 내세우고 있었다. 문제는 대학들 중 구체적인 세계화 정도나 비전을 나타낼 수 있는 차별화된 지표를 가진 곳이 드물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적인 대학 브랜드를 모색하는 대학광고들은 대학의 특성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 ‘울어라 암탉아’,‘나와라 여성대통령’등의 광고를 시도했던 숙명여자대학교는 ‘S리더십’이란 기치 아래 여성 리더의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7년 세종대학교는 ‘우리 멘토사이’라는 광고에서 교수와 학생 간 ‘멘토링’제도를 알리며, 따뜻하고 친근한 사제 관계라는 이미지를 전달했다. 

백지원 기자 kaleidosc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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