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상징에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매니큐어의 역사

 

  손은 사람의 인생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손톱은? 여성들에게 손톱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다. 혹자는 ‘손톱에 따라 어떤 이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것은 옹졸한 생각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손톱 가꾸기 열풍에 발맞춰 네일아트 전문점이 속속 늘어나고 있음은 그 옹졸함이 더 이상 옹졸하지만은 않음을 반증한다. 여름에는 시원해 보이는 색깔, 겨울엔 따뜻해 보이는 색깔로 손톱을 가꾸는 여성들. 여성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화장품이 된 매니큐어,  얼마나 알고 쓰는 걸까.

  매니큐어는 근대 이전까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인류는 기원전 3천년부터, 이집트와 중국에서 손톱을 가꾸기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손톱을 염색하는 데 관목에서 추출한 ‘헤나’라는 염료를 이용했다. 높은 신분일수록 더 짙은 색으로 염색하여 손톱 색깔만 봐도 각각 어떤 신분의 사람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한편 그 당시 중국에서는 벌꿀과 계란 흰자위, 아라비아산 고무나무에서 얻어진 원료를 사용하여 현재의 에나멜에 해당하는 액을 만들었다. 실제로 기원전 600년 중국 귀족들은 손톱에 금색과 은색 에나멜을 발라 자신들이 건재함을 표현했다. 이는 붉은 색만 표현할 수 있었던 서양의 헤나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이었다.

  매니큐어는 그리스 로마시대,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며 15세기 이후부터는 권력의 상징에서 더 확장돼 ‘사치’와 ‘쾌락’까지 나타냈다. 서양의 군 지휘관들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 입술 색과 같은 색으로 손톱을 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가 하면, 중국 명나라 시대의 왕조들은 매니큐어로 여전히 상류층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면서도 미적인 감각을 빼놓지 않았다. 검은색과 빨간색의 에나멜을 사용해 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무늬를 그려 넣기도 했다. 17세기 인도에서는 이전과 다른 색다른 방법이 등장한다.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는 대신 직접 색소를 주입한 것이다. 인도의 여성들은 손톱 아래에 직접 문신바늘로 색소를 주입하여 손톱 색을 냈다.

  매니큐어가 점차 일반인에게까지 보급된 것은 1800년대부터다. 당시에는 빨간 기름을 바른 후 염소 가죽을 이용해 손톱에 광택을 내는 방식이 유행했다. 이는 현재 많은 여성들에게 사용되고 있는 붉은 색 매니큐어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1900년대부터 점차 네일 에나멜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일반인들도 매니큐어를 쉽게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네일 에나멜 산업이 발전함과 동시에 또한 매니큐어 제조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1932년에는 매니큐어 세일즈맨인 찰스 레브슨이 동생과 지인의 힘을 합쳐 레브론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직후 그들은 현대적 의미의 매니큐어를 최초로 개발해 냈고, 그 이후 손 관리 제품들, 손톱 액세서리 등이 속속 등장했다. 지난 1992년에는 손톱관련산업협회(The Nails Industry Association, NIA)가 세워졌고, 매니큐어 관련 산업이 본격화돼 인기스타들에 의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매니큐어는 여성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와 현대에 이르면서 더 많은, 더 아름다운 색감으로 여성의 손톱을 장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 여성들의 손톱을 지켜주는 매니큐어는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을까. 손톱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매니큐어는 아이러니하게도 미사일이나 대포를 만드는 데 쓰이는 ‘니트로셀룰로오스’로 만들어진다. 니트로셀룰로오스는 손톱에 존재하는 수분들이 증발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산소를 잘 흡수해 손톱이 숨 쉴 수 있게 한다. 다른 재료들과 구별되는 특성으로인해 니트로셀룰로오스는 매니큐어의 주성분으로 인기 있는 소재지만 반면 그 특성이 손톱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손톱 끝이 층층으로 갈라지거나 부서지는 ‘조갑 박리증’은 강한 자극성의 매니큐어가 수분의 순환을 방해해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손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손톱에 맞는 매니큐어를 적당히 칠하고 지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매니큐어는 옛날보다 더 많이 발전했고 더 많이 대중화됐다. 인체에 해로운 것들을 없애도록 노력했고, 더 많은 색깔로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손톱에는 매니큐어의 나쁜 성분들로 인한 적신호가 드리우고 있다.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은 인생의 절반밖에 모른다’고 했던가. 매니큐어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건강의 절반밖에 모른다.   


 글 박수빈 기자 bejealous@
 사진 김지영 기자  euph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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