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의 선구적 연구자를 만나다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로봇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대뜸 던져 보았다. A군은 『스타워즈』의 ‘3PO’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B양은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강력한 인간형 전투로봇을 말했다. 지나가던 꼬마아이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태권브이’가 생각난단다.

 이렇게 대답이 다양한 것은 사람마다 로봇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많은 기대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인간형 로봇이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기대를 실현시켜줄 인간형 로봇들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 인간형 로봇 중 하나인 휴보(HUBO)의 제작자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를 만나 인간형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로봇, 하나의 환상

  우리는 왜 산업형 로봇이 아닌 인간형 로봇에 기대를 거는 것일까? 오 교수는 산업형 로봇은 80년대 후반에 이미 기술발전의 끝을 보았고 이제는 보급단계라고 말한다. 반면 인간형 로봇의 기술은 이제 시작됐다. 그렇기에 인간형 로봇에 대해 사람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오 교수는 “인간형 로봇은 지금 사람들에게 환상이자 꿈이다”며 “사람들이 로봇을 신기해하는 모습이 좋아서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휴보 연구를 계속한다”고 말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인간형 로봇이지만 그 부족한 만큼 기대를 채울 수 있고, 또 그만큼 미래가 있기에 우리는 인간형 로봇을 동경하는 것이다.

로봇, 현실로 다가오다

우리는 인간형 로봇 하면 인간과 매우 닮은 로봇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의 인간형 로봇기술은 그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오 교수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선입견을 너무 크게 잡는다”고 말한다. 지금의 인간형로봇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환상에 비해 굉장히 쓸모없다. 전시회 정도로만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이 문제는 로봇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노기술, 생체기술과 같은 전반적인 미래기술 전체에서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사람들의 큰 기대를 부응해주기 위해서는 충분히 긴 시간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만 해결된다면 로봇은 자연스레 우리들 곁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오 교수는 보고 있다. 그는 “이미 우리 세상은 로봇화가 진행 되고 있다”며 로봇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모르게 영화『터미네이터』와 같은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을 초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이와 같은 일은 없을것”이라고 단언한다. 메모리와 계산 능력만을 갖춘 컴퓨터가 지능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로봇은 감정을 흉내 내는 시뮬레이션까지는 가능해도 자발적인 생각은 불가능하다. 의지를 갖는다면 그건 인간이 시켰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의 생각이 맞다면 이제 로봇기술의 발전을 반대할 이유는 없겠다.

 

휴보, 휴먼을 놀라게 하다

  90년대 중반, 엄청난 인력과 자본을 들여 로봇을 연구해오던 일본이 아시모(Asimo) 라는 인간형 로봇을 세계에 등장시켰다. 세계는 일본의 엄청난 기술에 압도당해 누구도 감히 인간형 로봇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인간형 로봇 제작 기술은 일본만의 것이 돼갔다. 하지만 지난 2004년 12월, 세계는 또 다른 한 녀석의 출현으로 시끌벅적했다. 한국에서 사람도 아닌 것이 마치 사람인 양 걷을 뿐만 아니라 춤추고 악수도 건넸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직립보행 인간형 로봇 휴보의 등장이다. 그 순간부터 우리나라는 인간형 로봇 기술 강대국이 됐고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오 교수가 있었다.

휴보, 우리도 걸을 수 있어

  오 교수의 로봇연구의 시작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 시절, 실체가 없었던 로봇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꿈이었고 그 역시 로봇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남들이 그저 꿈이라고 생각할 때 그는 로봇에 대한 꿈을 간직했다. 그리고 우리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생체역학과 자동공작기계를 공부하면서 그 꿈을 실현시킬 기반을 쌓아 나갔다.

  70년대부터 로봇연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일본을 보면서 자란 그는 ‘로봇의 개발이 후원이 있어야만 이루어 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간직해 온 인간형 로봇에 대한 꿈을 작은 연구실에서 풀어놓기 시작했다. 몇 년 후, 결국 오 교수는 휴보라는 대작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가 품었던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을 얻은 것이다. 오 교수는 그 시절에 대해 “자본과 인력이 있어야만 로봇 연구를 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을 깨고 싶은 열정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로봇, 우리가 만드는 미래

  연세대학교 후학들을 위해 한마다 남겨달라는 요청에 오 교수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어려운 문제에 계속 도전해 보라”고 말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풀 때 우리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었을 때 느끼는 희열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그가 지금껏 인간형로봇이라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면서 성장했듯이 말이다.

  오 교수는 “지금의 학생들은 학점이나 토익같은 답이 바로 있는 문제에 인생을 보내고 있다”며 “학점이나 토익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를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주된 목표로 삼지는 말라”고 말한다. 답이 없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푸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수단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나아질 수 있는 것이라면, 더 나은 인간형로봇을 꿈꾸는 오준호 교수가 있는 한 인간형 로봇의 미래는 밝다.


휴보, 이젠 뛰어 볼까?

  오 교수가 바라는 휴보의 이상향은 인간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기에 당장은 안정적으로 걷고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아기가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걸음마이듯 휴보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역할은 휴보의 움직임을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프로그램은 다른 연구팀에서 좋은 것을 만들면 그대로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아이 교육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셈이다. 멋진 모습으로 자랄 휴보를 기대해본다.

박기범 기자 ask_walker@yonsei.ac.kr  

자료사진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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