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속의 로봇, 그 실현 가능성은?

 

▲ 일러스트레이션 남아름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노래가 곧 시작될 거라는 것을 알려주는 '빰빠빰-'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 노랫말이 자연스레 따라 나온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 앞에 앉아 본 기억은 없더라도 누구나 한 번 즘 들어봤을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의 주제가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지난 1976년 개봉된 이후 2007년에는 원작이 복원돼 재개봉되기도 했다. 이처럼 ‘태권브이’를 포함해 『아톰』, 『마징가 Z』 등 만화영화에는 많은 로봇들이 등장했다. 이들 만화영화 속의 로봇을 장난감 가게 선반이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이 아닌, 실제로 이들이 하늘을 날고 땅 위를 걷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로봇, 만화영화 속에 등장하다

  지난 1963년 일본에서 『철완 아톰』이 방영됐다. ‘아톰’은 어린아이만한 크기에 ‘사람의 마음’을 가져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물론 인간에게 위험이 닥치면 인간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전투 로봇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아톰’과 달리 일본의 슈퍼로봇 『마징가 Z』는 인간이 로봇에 탑승해 이를 조종하는 개념을 도입했다. 『마징가 Z』는 1972년 텔레비전으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뒤 1979년 일본에서 『기동전사 건담』이 제작됐다. 슈퍼로봇 한 대가 악한 세력에 맞서 싸웠던 전과 달리, ‘건담’은 군사 조직 아래 있는 병기로 등장한다. ‘건담’은 지난 1979년 첫 작품이 제작된 이래 지난 2007년 발표된 『기동전사 건담 00(더블오)』 등 여러 시리즈가 제작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6년 김청기 감독이 『로보트 태권브이』를 발표해 국산 로봇 만화영화의 막을 올렸다. 슈퍼로봇이 ‘태권도’ 동작을 하며 적을 물리친다는 점은 ‘태권브이’만이 지닌 특징이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극장 개봉 당시 18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오는 2009년에는 ‘태권브이’의 실사영화가 개봉된다고 한다.

  이처럼 로봇을 주제로 한 만화영화에는 대형 전투 로봇이 주로 등장한다. 일반 사람들이 실제로 볼 수 있는 강아지 로봇이나 산업용 로봇과는 다른 모습이다.

과학기술, 로봇 실현에 가능성을 비추다

  ‘만화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들을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염영일 소장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염 소장은 “일본의 아시모(ASIMO)가 이족보행을 하고 뛸 수도 있는 것처럼, 시간은 걸리겠지만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면 만화영화 속의 로봇도 실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로봇을 만들기 위한 요소기술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요소기술이란 제어 시스템, 화상 인식 등 로봇 하나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다양한 기술을 말한다.

  염 소장의 말처럼 만화영화 속의 거대 로봇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 것 같지 않다. 대형 여객기인 B-747의 최대 이륙 중량은 약 400t, 최대 착륙 중량은 약 300t이다. 현재 과학기술은 키가 18m고 무게가 20t인 ‘마징가 Z’ 정도의 물체를 제조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대 규모의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이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 즉 에너지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염 소장은 이에 대해 ‘배터리’ 개념을 제안한다. 휴대폰 배터리처럼 몇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저장한 베터리를 로봇에 장착하고 에너지가 떨어지면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만화 속 로봇들처럼 ‘전투’에 이용되는 로봇도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육군은 전투용 로봇인 ‘탈론(Talon)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탈론 로봇’은 폭발물을 비롯한 위험물질 탐지, 제거 등의 작업에 이용되며 이라크 전쟁 등 실제 전투에 배치돼 성능을 입증하기도 했다. 직접 전투에 나서지는 않지만 전쟁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탈론 로봇’의 실용화는 만화 속의 전투 로봇들이 현실에서 재현될 수 있을 거란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염 소장은 “과학기술의 입장에서 보면 만화나 영화가 미래를 예측하는 점이 많다”고 말하며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만화영화 속의 로봇을 만들기에 아직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염 소장의 말을 뒷받침하듯 과학기술은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제10회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에서 사람과 음성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화형 로봇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아톰’처럼 ‘마음을 가진’ 로봇이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두 발로 걷다 두 발이 바퀴 4개로 교체되고 폭이 좁은 길이 나타나자 바퀴가 2개로 변해 이동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변신’하는 로봇 즉 ‘트랜스포머’의 개념이 실현된 것이다.

  1870년 프랑스의 작가 쥘 베른은 『해저 2만리』를 썼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잠수함 ‘노틸러스 호’는 지난 1954년 미국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SSN-571 노틸러스’로 다시 태어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하늘을 나는 탈 것’을 디자인했고 오늘날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빈다. 이처럼 한때는 공상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과학기술의 발달 아래 현실 속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만화영화 속의 로봇들도 실제 우리 눈앞에 나타날 수 있다. ‘태권브이’가 직접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장관을 보게 될 날도 언젠가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는 것이다.

박영일 기자 pyi040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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