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로스'에서 '써니'까지

  인류의 발명품으로 태어나 인류의 삶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로봇이 처음 등장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로봇이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기원전 3세기 그리스 신화를 보면 ‘탈로스’라는 괴물이 나온다. 이는 인간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최초의 로봇이다. 탈로스는 인간의 모습이지만 청동으로 돼 있었는데, 섬을 순시하다 적이 상륙하는 것을 발견하면 몸을 빨갛게 달궈 상대방을 껴안아 죽였다. 유대의 전설에도 탈로스와 비슷한 ‘골렘’이 등장하는데 골렘은 흙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어 거인으로 만든 것으로, 포악한 왕에게 대항했다고 알려져 있다. 기원전 1세기에는 그리스의 헤론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신전의 문을 만들었다. 최초의 자동문으로 불리는 이 문은 불을 지펴 공기를 팽창시키고, 그 공기가 물탱크 안의 물을 넘치게 해 도르래를 움직여 문을 여닫는 방식이었다.

  이후 여러 가지 장치를 이용해 움직이는 자동인형이 등장했다. 1300년대에 등장한 '홰치는 닭'은 태엽, 나사로 조립된 철제 닭으로 때가 되면 홰를 쳐 시간을 알렸다. 이는 자동인형 중 가장 초기의 것이었다. 근세부터는 발달한 시계 기술을 응용해 로봇을 만들었다. 1738년에 프랑스의 보캉송이 만든 태엽을 이용한 ‘보캉송의 집오리’는 울기도 하고 물을 마시기도 했다. 같은 무렵 스위스의 드로스 부자는 문자를 쓰는 자동인형을 제작했는데, 탁자에 앉아 글자를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1818년에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간행됐다. 소설에서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사람의 뼈로 신장 8피트(244cm)에 달하는 인형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1883년, 이탈리아의 아동 문학가 콜로디는 자신의 소설 『피노키오의 모험』에 인간의 마음을 가진 나무 인형 피노키오를 등장시켰다. 이 소설들은 모두 생명이 없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욕망과 과학을 이용해 인간과 똑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 나타난 것이었다.

  1893년, 캐나다의 조지 모어는 ‘증기 기관 기사’를 만들어 냈다. 이 로봇은 증기의 힘으로 톱니를 움직이고 톱니에 연결된 막대가 로봇의 발을 앞뒤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었다. 로봇에 막대를 받쳐 같은 장소만을 도는 것뿐이었으나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한편 ‘로봇’이라는 말은 1920년에 생겨났다. 체코의 소설가 겸 극작가인 카렐 차페크는 자신의 희곡 작품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로봇’은 ‘일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체코어 ‘robota’란 말에서 비롯돼 ‘대신 일을 해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한 로봇 그림은 사람과 비슷한 모양으로, 후에 등장하는 로봇 모양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1920년대부터 193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로봇을 생산했다. 1927년 미국에서는 전동로봇 제 1호 ‘텔레박스’를 만들었는데, 전신 장치와 녹음 장치가 있어 미리 녹음해 놓은 소리를 내는 로봇이었다.

  로봇의 생산이 가속화되면서 로봇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미국의 아이작 아시모프는 지난 1950년, 그의 소설에서 로봇의 3원칙을 제시했다. 로봇의 3원칙은 ‘제 1조: 로봇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사람이 위해를 받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제 2조: 로봇은 1조에 어긋나지 않는 한 사람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제 3조: 로봇은 1,2조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이다. 이 원칙을 토대로 최초의 산업용 로봇인 ‘유니메이트’, 2족 보행 로봇 등 많은 로봇들이 탄생했다.

  새로운 존재에 대한 희망을 품고 시작한 인류의 시도는 발전을 거듭했다. 또한 상상만으로 등장했던 로봇은 실제로 만들어졌다.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아이 로봇’에서 로봇 써니는 말했다. “난 무엇이죠?(What am I?)”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로봇, 우리는 그들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됐을까.

박수빈 기자 bejealou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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