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투자되는 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부실 평가, 실적 미공개

지난 2005년 우리대학교는 창립 120주년을 맞아 ‘연세비전 2020(아래 연세비전)’을 선포했다. 연세비전은 △연구 프런티어 △섬김의 리더십 △혁신문화의 3대 비전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수준의 교육·연구 기관으로 거듭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우리대학교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Global 5-5-10사업(아래 5-5-10사업)’을 기획했다. 5-5-10사업은 5년 이내에 5개 연구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수준에 도달하고자하는 목표를 담은 사업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사업단을 선정해 사업비를 지원한다. 현재 한국학 , 이학, 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총 12개 사업단이 선정됐다. 이들은 5년간 200억에 달하는 사업비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5-5-10사업은 시작부터 원활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2005년 시작해 2010년까지 모든 사업이 완료돼야 한다. 그러나 설정 목표와는 달리 사업 선포 후 2년이 지난 2007년에서야 실제로 사업이 진행됐다. 사업 출범부터가 2년 동안 지체됐기 때문에 2012년으로 사업 완료 시점이 늦춰졌다. 기획처 조병덕 연구원은 “2005년에는 대략적인 틀만 잡아 우선 5-5-10사업을 발표한 것”이라며 “세부적인 실행기준 등을 정하느라 사업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사업 진행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채 120주년 기념행사에 맞추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업단장은 “5-5-10사업의 목표인 세계 10위권이라는 것부터 기준이 모호하다”며 “사실상 5년 안에 목표 실현이 가능할지는 확답이 어렵다”고 말했다.

200억 지원이라는 거창한 계획에 비해 실제로 연구 자체에 투자되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도 큰 문제다. 5-5-10사업이 시작된 지난 2007년부터 지난 1년간 사업단이 지원 받은 총 연구비는 약 15억이다. 따라서 12개의 사업단에게 배당된 연구비는 1개 사업단을 기준으로 1.3억 정도가 된다. 5년 동안 200억을 지원하겠다는 사업 계획이 맞다면 연도 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1년에 약 40억, 1개 사업단 기준 약 3.4억 정도가 지원됐어야 했다. 사업단에 연구비가 적게 지원된 이유는 학교가 200억을 온전히 사업단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건물을 짓거나 교수를 초빙하는 등 다른 일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5-5-10사업단에 선정된 아무개 교수는 “원래 교수 1명에게 지원되는 연구비보다 훨씬 못 미치는 액수를 지원하면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해 간접 투자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년 마다 사업단의 연구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만 현재와 같은 평가 시스템으로는 부진한 사업단의 실적을 분별해낼 뾰족한 방법이 없다. 현재 사업단의 평가는 연구처가 제시한 일정한 형식의 보고서를 통해 서면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평가는 사업단과 관련된 단과대 별로 5개의 평가위원회가 구성돼 보고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참여교수 논문 실적같은 경우에는 평가위원회가 직접 감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성을 사업단에게 일임하기 때문에 허위로 실적을 기재해도 확인이 어렵다. 게다가 보고서 항목이 사업단 목표대비 달성도, 기타 실적 등 모호한 문항으로 이뤄져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5월에 있었던 1차 평가에서는 일부 사업단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면접평가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이 역시 사업단에서 작성했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한편 5-5-10사업과 BK21사업에 동시에 선정된 연구분야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곳은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특정 분야에 지원이 치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5-5-10사업도 BK21과 같이 신규사업단과의 비교 평가로 지원 사업단을 재선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처는 오는 2009년 2월에 있을 2차 보고서 평가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발전가능성 있는 신규 사업단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5-5-10사업 홈페이지에서도 사업 진행 현황은 알 길이 없다.

실적에 대한 평가가 공개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5년간 200억이나 투자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진행상황과 실적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5-5-10사업 홈페이지에 사업단의 현황을 공지하는 게시판이 있지만 현황 및 실적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업데이트 돼있지 않은 실정이다. 연구처 김시준 연구원은 “앞으로도 홈페이지에 사업단 실적을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5-5-10사업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연구처의 김 연구원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며 “시간이 흐르면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5-5-10사업이 창립 120주년 기념으로 준비 없이 시작된 ‘보여주기식’ 사업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선 명확한 사업 목표 설정과 장기적 계획 구체화 등의 보완을 통해 노력으로 앞으로의 4년을 준비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장유희 기자 bl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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