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중 총장이 출범하면서 우리대학교의 모토가 ‘Yonsei, the First & the Best’로 설정됐다. 이 땅에 근대교육의 씨앗을 뿌리고 대학교육을 선도해 온 우리대학교의 자랑스런 전통을 미래지향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최근 우리대학교가 세간에 상대적으로 침체된 이미지를 주어 온 것을 고려하면, 건학정신을 되새기고 새로운 도약의 기운을 드높인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선도성과 수월성을 상징하는 모토대로 우리 대학이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김한중 총장이 언론기고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대학평의원회(아래 대평)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법이 정하고 있는 대평의 구성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유감이다.
모든 제도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법이다. 대평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교수, 직원, 학생으로 구성되는 대평은 자칫 잘못 운영되면 각 구성원간의 갈등으로 대학행정의 비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교무위원회, 교수평의회, 노동조합, 학생회, 동문회 등 구성원단체나 기관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대평은 그야말로 불필요한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평은 엄연히 법률상 대학의 필수기구다. 문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도록 구성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나라 ‘최고’(the Best) 대학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신이다. 법에 문제가 있다면 그 개정을 위해 노력할 일이지 법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대평은 운영여하에 따라서 연세비전의 실현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대평은 개정사학법이 도입한 개방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우리대학교의 지배구조는 협력교단과 동문회의 이사파송제도, 사회유지이사제를 통해 선도적으로 개방적 공익법인을 지향해 왔다.
‘the First'로 표상되는 연세의 정신은 지배구조의 개방성을 통해 적극적으로 구현될 수 있으며 선도적 개방성은 대평을 통한 대학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될 때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적자재정, 행정의 비효율성과 같이 우리 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간의 합리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소통은 각 구성원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대학과 일체화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연세가 ‘우리’의 대학이라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대평일 수 있다. 대평을 통해 구성원이 원활히 소통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품위있는 개혁’의 기획에 참여하고 공감할 때 진정 'Yonsei, the First & the Best'의 비전은 현실화될 수 있다.
양면성을 가진 대평의 성패는 리더십과 구성원의 책임의식에 달려있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의식과 문화가 문제인 것이다. 교수, 직원, 학생은 대평을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유혹부터 절제해야 한다. 대학당국은 대학구성원을 존중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강화함으로써 연세의 비전을 구현할 필요조건으로 대평을 인식하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 리더십과 책임의식이 어우러진 민주적 대학평의회가 연세의 미래를 열어나갈 그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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