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2008한국실험예술제 열려

거리를 가로질러 어지럽게 얽힌 실타래들 사이로 온 몸에 색색의 물감을 입힌 사람들이 손을 내밀며 다가온다. 익숙지 않은 멜로디의 음악과 함께 한 여인이 걸어 나와 온 몸을 비튼다. 잠시 후 백발의 노인이 등장해 흰 천에 무언가를 휘갈기기 시작한다.

지난 3일에서 7일까지 열렸던 한국실험예술제(아래 실험예술제) 개막식 현장의 모습이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음악, 미술, 연극, 무용이 하나 돼 펼치는 낯선 몸부림은 예술에 있어서의 실험정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실험예술제는 세계 15개국에서 50개 팀, 150여 명의 실험예술가들이 모여 펼치는 국내 최대의 실험예술축제다. 이번 축제는 개막축하공연에서부터 야외공연, 극장공연, 클럽공연 등의 공연행사와 세미나 등의 학술행사, 자료전시회, 설치미술전 등의 전시 행사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또한 지난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취중진담'이라는 프로그램은 관객과 아티스트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솔직담백한 대화를 하는 코너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실험예술제를 주최한 'KoPAS(Korea Performance Art Spirit)' 김백기 예술감독은 "거리예술, 실험예술, 미술, 음악, 클럽, 출판 등 새롭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홍대 앞이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적인 실험예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홍대 앞 놀이터에서 이루어지는 야외공연은 특별한 무대도, 객석도 없다. 누가 아티스트고 누가 관객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탁 트인 공간에서 서로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어우러져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몸짓이 실험예술 그 자체다. 이런 행위예술은 접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어렵게 느끼기도 한다. 이에 김 감독은 "보는 대로 느껴라"며 "이해하려 들지 말고 자신의 기준에서 보는 대로 느끼는 게 예술이다"고 말하면서 올바른 '즐김'의 방법을 제시한다.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무대와 미술, 그리고 음악의 결합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김이경(27)씨는 "익숙한 홍대거리에서 펼쳐지는 익숙지 않은 예술 공연들이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 같다"며 느낌을 전했다.

 '표현갤러리 요기가'에서 열린 학술 세미나 또한 국적과 장르를 불문하고 이루어지는 실험예술의 장이다. 지난 4~5일에는 세계 각국의 전통문화와 퍼포먼스의 특징을 주제로 우리나라의 이경모 미술평론가, 김백기 예술감독을 비롯해 각국의 실험예술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세미나가 열렸다. 크지 않은 공간에 여러 나라의 예술가들이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각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 나누는 건강한 고민들은 실험예술이 지닌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벽과 벽을 무너뜨리고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나아감'. 이것은 지금 예술에 불고 있는 실험정신의 요체다. 이렇게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실험예술이 지닌 살아 숨쉬는 '가능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실험예술이란?
작가마다 얘기하는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고정적인 틀을 거부하고 하나의 진행상황을 중시하면서 늘 새로운 것, 창조적인 것을 추구하는 그런 형태의 예술을 가리킨다.

 

박소영 기자 thdud091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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