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오세철 명예교수(우리대학교·경영학) 인터뷰

‘사회주의노동자연합(아래 사노련)’ 운영위원장 오세철 명예교수(우리대학교·경영학) 외 사노련 활동가 7명이 지난 8월 26일 국가보안법(아래 국보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하지만 28일 서울지방법원이 영장신청을 기각했고, 당일 밤 11시쯤 오 교수 외 7명이 석방됐다. 「연세춘추」는 29일 오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 결국 영장이 기각됐다. 예상한 결과인가.
 “전혀 예상을 못했다. 구속영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일찍 잠을 청하던 중 밤 11시께에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나오게 됐다.”

 - 이번 기각이 ‘신공안정국’이란 비판을 받는 현 상황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이번 경찰 수사에는 두가지 목적의식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아래 사노련)의 사회주의 운동을 탄압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운동과 촛불집회를 의도적으로 연결시켜, 촛불집회의 배후에서 이적단체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두가지 목적 모두 석방이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그들(정부)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술하게 다가왔으며, 촛불집회와의 연계에서도 마찬가지다.
 
-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촛불집회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사노련에 대한 탄압은 이명박 정부뿐만이 아니라 그 다음 정부까지 장기적인 문제로 지속적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촛불집회 관련 문제는 이와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본래 사노련이 촛불문화와의 결합을 시도했던 목적은, 민중들이 우리나라의 문제를 단순히 쇠고기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문제라는 것을 알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본인의 판단으로는 그러한 노력으로 인해 촛불의 의미가 더욱 커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 측은 이적단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촛불을 왜곡한다며 그 문제를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제기는 수사 과정을 통해 틀렸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

 - 남대문경찰서에서 다시 영장을 신청하겠다는데 앞으로 경찰은 어떻게 대응할 것같나.
 “경찰은 계속해서 재수사를 할 것이다. 이번 석방에는 큰 의미가 없다. 단지 구속에서 불구속으로 바뀐 것 뿐이지 이 문제에 대한 법정싸움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단지 갇혀 있던 사람들이 자유롭게 나와서 사회단체들과 공동투쟁을 계속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석방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감옥 안팎에서 공동투쟁을 했을 것이다. ”

 - 군부독재정권 시절부터 사회주의자임을 주장해왔는데, 역대 정권과 비교해서 이명박 정부의 분위기는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옛날 독재 상황에서 사회주의를 하는 세력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비밀스러운 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우리는 대중적으로 드러내놓고 ‘잡아가려면 잡아가라’는 식으로 공개적인 활동을 주로 펼치고 있다. 그런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방식은 옛 군부독재랑 똑같다. 강제연행 등의 수사 관행은 예전과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 지난 8월 29일 여간첩 검거 보도가 났다. 이 보도가 사노련 사태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공작의 일환이라고 본다. 일종의 자충수를 둔 것이다. 타이밍을 잘 맞춰서 쓰려고 했는데, 문제는 그 것이 자충수라는 것을 국민이 너무 잘 알고 있고 있기 때문에 어리석은 처사였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국가보안법 철폐와 사상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기 때문에 그 단체에서 이 문제를 확실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 정치운동을 더 대중적으로, 공개적으로 쟁취할 것이다.

 -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경영대학 교수인데, 경영학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 사회주의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당연히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가 한 학자를 평가할 때 보통 그 사람의 전공으로 평가하지만 난 스스로 경영학과 소속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관료제적으로는 경영학과 소속이지만 내가 말하는 내용이나 이론적 지향으로 본인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연세대의 맑스주의자로서 내 정체성을 분명히 가지고 지금까지 활동했다. 외부에서 경영학과 본인을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경영학이라는 것은 친자본주의인데 반해, 나는 반자본이라는 측면에서 경영을 해석하고 있으며 그 입장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즉 본인은 자본에 둘러싸여 있는 경영학의 핵심에 근본적인 반대를 하는 것이다. 물론 소수지만, 경영학 교수라는 본인의 위치에서 경영학의 가장 기본적인 친자본을 반대하는 것과, 그러한 사상을 가지고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백지원, 장기원 기자 iamhungry@
/자료사진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