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2008년 정기 연·고전이 개강 첫 주에 개최된다. 베이징 올림픽이 스포츠를 통하여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일체감을 부여하고, 승리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한 것처럼, 연·고전은 연세의 이름으로 재학생, 동문, 교직원들이 모두 하나가 되는 축제의 장이다.
   연·고전이 이루어지는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축구, 럭비는 모두 단체 경기이다. 단체경기는 뛰는 선수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응원이 혼연일체가 되는 스포츠이므로  단체에 대한 구성원의 열정과 자부심이 경기 내내 폭발하는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정기 연·고전은 1년에 단 한번  5개부의 경기로 자웅을 겨루는 경기로서 그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쓰라림은 1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필승, 전승, 압승을 원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올해에도 연세의 지성들이 단단한 결집력으로 독수리처럼 지축을 박차고 높게 비상하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경기는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과열되기 쉽다. 그러므로 단체경기에는 개인종목보다도 엄격한 경기규칙이 있으며, 페어플레이 정신이 요구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경기규칙위반과 비신사적 행동은 연·고전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과거 민족의 자주성과 독립의식을 고취시키고, 우리나라 스포츠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해온 연·고전이 타의 모범이 되는 행사가 아니라 양교의 명예를 먹칠하고 사회의 인식을 흐리게 한다면 연·고전 행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올해에는 연·고전에서 양교의 패기 넘치는 젊은 열정들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고, 경기 후에는 우정을 다지는 축제의 마당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 대학교는 연·고전을 뛰어 넘어 대학 스포츠를 정상화하고 건전하게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민족의 제전’이라고 까지  불리었던 연·고전의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일반인과 동문들의 관전은 매우 저조하고, 양교의 재학생들만의 행사가 되어 버렸다. 특히 프로팀이 존재하는 야구, 축구, 농구종목에서는 세간의 관심을 벗어난 지 오래이다. 경기장에 가 보아도 유료 관중은 거의 없고, 경기인들만의 행사가 되어 버렸다. 반면에 미국·일본 등에서는 대학 스포츠의 선수층의 중심이 일반 재학생으로 그 저변이 확대되는 동시에 아마추어의 순수성을 잃지 않고 운영되고 있어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도 프로스포츠 못지않게 살아있다.
   이제 대학 스포츠 활동은 정상적인 대학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 스포츠계의 모순된 현실, 특히 승부지상주의 때문에 잔존하고 있는 과거의 유물들을 과감히 버리지 않는 한 학원 스포츠의 미래는 없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대학스포츠의 건전한 육성·발전이 자동적으로 초·중·고 등 학원스포츠의 정상화로 연결되는 것은 자명하므로 그 중요성은 말할 나위없다. 우리가 연·고전에서의 단발승부와 소모전을 지양하고, 5개부 선수들이 공부에서도 최고, 운동기량과 투지에서도 최고가 되는 그날이 연·고전에서의 진정한 승리를 달성하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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