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의 '십일야화'

지난 25일, 부천에서 펼쳐진 10일간의 축제가 다음 해를 기약하며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폐막식으로 공식적인 행사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관객들을 위한 앙코르 상영 행사인 ‘포스트 페스티벌’이 이틀간 더 이어졌다. 포스트 페스티벌 기간에도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 모습이 이번 영화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짐작케했다.

열두번째였던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아래 PiFan 2008)’는 올해 역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비록 행사기간 내내 내린 우천으로 여러 부대 행사들이 아쉽게 취소됐지만, 작년보다 더욱 엄선된 39개국 202편의 알찬 영화들이 관객들의 문화욕구를 만족시켰다.

관객인 어현(성균관대학교/경영학과·07)씨는 “비 핑계를 대고 놓치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 너무 많아 올 수 밖에 없었다”며 “작년엔 격하게 마니아틱 했던 영화제 분위기가 좀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4일 치러진 기자회견에서 한상준 집행위원장이 “마니아들과 일반 관객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을 짜려고 노력했다”고 밝힌 만큼 올해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지닌 ‘보기 편한’ 영화들이 많았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친목을 다지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 했다. 지난 24일 고려호텔에서 치러진 ‘로보트 태권 V의 32번째 생일잔치를 비롯해 ‘젊은 영화인의 밤’, ‘선배 영화인의 밤’은 밤 늦도록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들을 지속시켜줬다는 후문이다. 작년까지의 PiFan이 영화 밖의 관객들의 즐거움만을 최우선으로 했던데 비해 PiFan 2008은 영화 속에 있는 제작자나 배우들의 기쁨까지도 책임지려는 모습이었다.

또한 PiFan 2008은 영화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을 넘어 그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자리로까지 나아갔다. 아시아에서 이뤄지는 장르영화 개발의 원활한 교류와 협력을 위해 올해 출범한 ‘NAFF2008(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이지난 23일 폐막식을 끝으로 성공적인 첫번째 날개짓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수확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발굴해 지원하는 ‘It Project’였다. 같은날인 23일에 진행된 ‘It Project’의 시상식에서는 총 16편의 프로젝트 중 선정된 7편이 제작지원이나 영화 후반작업 지원을 받는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NAFF상을 받은 우리나라의 장현윤 감독 작 『내 여자친구는 얼룩소』는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PiFan 2008의 폐막식 날 진행된 수상식에는 관객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 흥행작이었던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장편부문 작품상과 아시아 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같은 장편부문에서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렛 미 인』이 감독상과 푸르지오 관객상을 수상했고, 단편부문에서는 장형윤 감독의 애니메이션 『무림일검의 사생활』이 관객상과 한국단편 특별상을 받아 각각 2관왕을 차지했다. 조직위원장인 홍건표 부천시장은 “더욱 새로운 13회로 성숙되고 발전돼 찾아뵙겠다”고 관객들과 약속하며 폐막을 선언했다.
마치 ‘십일야화’처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했던 PiFan 2008. 다음 해에는 더욱 풍성하고 즐거운 영화들로 관객들을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