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보내는 10일”

꿉꿉하고 무더운 장마철 날씨에 장사라도 이겨내지 못할 참이다. 공기마저 후끈해 밖을 내다보기도 겁나는 7월, 활활 타는 태양보다 뜨겁게 타오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부천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손에 꼽는 3대 영화제 중에 하나인 ‘제 12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가 무더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아래 Pifan 2008)는 지난 18일부터 27일(일)까지 열흘간 치러진다. 이번 Pifan 2008의 주제는 ‘사랑, 환상, 모험’으로 부천 복사골 문화센터, CGV 부천8, 프리머스 시네마 소풍 등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18일에 있었던 개막식은 ‘레드카펫만큼’ 뜨거웠다. 올 해도 수많은 인파 가운데 개막 축하공연이 열렸고, 이스라엘 출신 아리 폴먼 감독의 「바시르와 왈츠를」이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폐막작으로는 곽재용 감독의 신작인 「싸이보그, 그녀」가 상영될 예정이다.
판타스틱 장르의 영화를 필두로 하는 Pifan 2008은 부분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국제 영화제다. 이번 해에는 39개국 205편의 영화가 영화제에 출품됐다. Pifan 2008의 유일한 경쟁 부문은 ‘부천 초이스’로 각국의 장르영화 베스트 12편을 선정한다.

이번 영화제 중 Pifan 2008이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것은 ‘아시아 판타스틱 영화 제작네트워크(아래 NAFF2008)’다. NAFF2008은 세계 최초 장르 영화 제작 네트워크 프로젝트로, 영화 제작에 있어 아시아 국가 간의 유대를 긴밀히 해 침체된 아시아 영화계의 제작 현황을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NAFF2008의 큰 행사 중 하나인 ‘It Project’는 아시아의 재능있는 많은 감독들의 작품들 중 몇 편을 선정하여 영화제 동안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판타스틱 장르영화만의 기발한 상상력과 대중성이 심사기준이며 한상준 집행위원장과 권용민, 박진형 프로그래머 등이 참여한 내부선정위원회가 작품들을 엄선한다. 선정작에게는 트로피와 상금을 수여할 뿐 아니라 작품의 CG, 사운드, 편집 등의 후반 작업을 직접 지원한다.

영화계에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NAFF2008은 후학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놓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판타스틱 장르 영화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환상영화학교’가 있다. 이번 첫 회에서는 ‘아시아의 액션영화’를 주제로 아시아 4개국 무술감독과 한국 대표 액션영화들이 참여한다. 한국 감독으로는 이명세, 곽경택 감독 등이 5일간 젊은 인재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또한 23일(수)에는 NAFF 포럼 ‘스코프 인 장르’와 ‘액션 전문가 네트워크’가 열려 영화계의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한다.

Pifan 2008은 다양한 판타스틱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것 외에도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시회, 사진전과 더불어 락, 힙합, 비보이 등 음악의 장르를 넘나들며 매일 색다른 주제로 펼쳐지는 장르콘서트가 열린다. 또 일본 영화배우 에이타의 방한과 테마마다 쟁쟁한 인사들과 함께하는 메가토크는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의 즐거움을 책임질 것이다. 지난 17일 성황리에 마친 개막 전야제와 25일(금)에 있을 폐막식 후 작품을 앙코르 상영하는 26일(토), 27일(일)의 포스트 페스티벌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자칫 날씨를 핑계삼아 방안에서 ‘방콕’여행을 즐기기 쉬운 여름방학이다. 방바닥을 구르며 머릿 속으로만 새로운 일을 갈구하지 말고 훌쩍, 축제의 분위기 속에 발을 담그는 것은 어떨까.

김규진 기자 lov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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