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게시판 익명으로 운영돼 신뢰도 우려
전임교원에게 강제성 없이 시간강사들에게만 적용

원주캠퍼스(아래 원주캠) 21대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지난 2007년 9월부터 실시한 ‘부실수업 신고제’가 도입 1년째를 맞고 있다.

이는 ‘교직원·시간강사 3%퇴출안’이 학교 측과 협의 후 변경된 것으로 학생들이 질 높은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된 제도다. 지난 2007년에는 부실수업으로 신고가 된 교양수업의 강사가 이번 학기 채용심사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현재 원주캠 총학 홈페이지(http://club.cyworld.com/yonsei-2008)의 ‘부실수업 신고합니다~!’ 게시판(아래 신고게시판)에는 총 46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부실수업과 관련된 글은 22건에 불과하다. 총학 측은 1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게시판을 모니터링 하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지만 게시판에는 수강 과목의 과제를 묻거나, 기숙사 보증금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 등 본래의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글들이 그대로 게시돼 있다. 때문에 신고게시판은 부실수업을 신고하는 곳인지, 단순히 학생들의 사정을 들어주는 익명 게시판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진 상태다. 이에 원주캠 총학생회장 이기인(정경경영·03)씨는 “익명으로 글을 올릴 공간이 신고게시판 밖에 없어 삭제하진 않고 수업과 관련된 내용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총학의 사업이라 지금도 신고게시판이 유효한지 몰랐다”는 이선진(인예영문·05)씨의 말처럼 현 총학의 홍보 부족 때문에 신고게시판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 대해 총학생회장 이씨는 “작년부터 계속 시행된 제도기 때문에 다시 홍보할 계획은 없다”고 말해 앞으로 홍보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수업으로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총학 측은 부실수업의 정의나 자세한 신고기준을 명시해 놓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퀴즈와 과제제출이 힘들다’, ‘수업 방식이 마음에 안든다’는 등의 주관적 기준으로 수업을 신고하거나 수업 내용과 관련 없는 단순 비방 글들이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2학기 ‘고급 대학영어’를 강의했던 한 강사가 부실수업을 한 것으로 신고돼 이번 학기 강사 채용심사에서 탈락하는 일이 있었다. 이처럼 부실수업 신고제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명확한 기준 없이 작성한 신고글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원주캠 교무처장 이인성 교수(정경대·비교정치/지역연구)는 “교무처에서도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수업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고게시판에 올라온 학생들의 의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제도가 익명성을 이용한 무분별한 ‘마녀사냥’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신고에 앞서 학생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실수업 신고제가 전임교수에게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강사들에게만 국한된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부실수업의 신고대상이 전임교수인 경우 교무처의 직접적인 제재 없이 해당 학과장에게 시정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교수는 “전임교원은 부실수업으로 신고 돼도 교무처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간강사의 경우는 다르다. 시간강사 채용심사 항목에 부실수업으로 신고된 적이 있는지 여부가 반영돼 부실수업 신고제의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학기 교양과목을 강의하는 한 강사는 “매 학기 심사를 받는 입장에서 부실수업 신고제는 큰 부담이다”며 “결국 비정규직으로 강의하는 시간강사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수업 신고제는 시간강사들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실수업 신고제는 양질의 강의를 만들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신고게시판에 대한 총학의 미흡한 홍보 △명확한 신고 기준의 부재 △시간강사에 국한된 실효성 때문에 오히려 예상치 못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급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원주캠 총학생회장 이씨는 “부실수업 신고제를 전반적으로 수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원주캠 온라인 정보 커뮤니티(http://www.yonsei-love.com) 개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홈페이지를 보완하는 것이 부실수업 신고제의 부실한 부분들을 채울 근본적이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용호 기자  yongho8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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