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국희씨 기자 맞아요?” 취재기자시절, 나름 의욕에 가득 차 2주가량을 통째로 헌납해가며 취재한 나에게 취재원은 이렇게 쏘아 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흘러 나는 「연세춘추」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자 맞아요?” 여기서 굳이 ‘학생’ 혹은 ‘수습’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프로라는 자만심 때문이 아니라, 아마추어리즘에 기대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사실 며칠을 열심히 취재해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이런 차가운 멘트를 날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학내 언론은 ‘놀고먹는 친목모임’으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는 자부심으로 기자들에게 이 말을 자주 했다. 신문사에서 우리끼리 안주하고 서로 기분 좋게 친분만 쌓다보면 정작 기자의 본분을 망각하기 쉽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빡센’ 취재생활을 대가로 보상받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다. 아이템 몇개 놓친 것 정도는 이해해줬으면 했고, 마감시간 늦는 것 정도는 눈감아 줬으면 했다. 이런 와중에 비판하는 말이라도 들으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취재했는지 당신이 알기나 할까?”라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곤 했다. 그리고 이런 나만의 합리화를 들어줄 독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자의 권위가 많이 추락한 세상이다. 학내 언론은 물론이고 기성 언론도 독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은 “당신 기자 맞느냐”는 일침에 감동해야 한다. 그 속에는 “그래도 당신은 기자여야 하지 않느냐”는 기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답답한 세상, 그것을 해소해야할 기자들마저도 이러고 있느냐는 안타까움일지도 모른다.

「연세춘추」의 기자들은 매우 힘들다. 학업과 병행해 기자 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독자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는 기사로 승부를 봐야한다. 그것은 좋든 싫든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일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친절하게 마실 것을 챙겨준 취재원보다 “당신 기자 맞느냐”던 취재원이 고맙게 느껴지는 것은, 무심코 건넨 명함 한 켠에 ‘기자’라는 두 글자가 적혀있었기 때문일까.

손국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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