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8년도 세계 경쟁력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교육 분야에서 조사 대상 55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특히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인 ‘대학교육의 경쟁사회 요구 부합도’는 최하위권인 53위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한 주요 언론이나 기업 그리고 교육계의 반응은 거의 한결같다. 산학협동을 강화하고 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도입 해 대학 교육의 내용과 체계가 혁신적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사회 속에 존립하므로 사회와 국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대학교육의 내용이 변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입각해 대학을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 양성소로 만들려는 시도는 우려를 자아낸다. 기업과 대학의 연계 움직임이 지나치면 양자 사이에 존재해야 할 건전한 경계선까지도 허물어 대학교육을 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 본연의 역할에 대한 성찰은 교육일반에 대한 보편적 이념을 전제한다. 교육의 이념은 인간성의 궁극적 실현에 있다. 달리 말하자면 자아실현을 타인과의 연대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각자의 능력을 육성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인 것이다. 이는 서양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인 아카데미아를 설립한 플라톤에 의해 개인의 완성과 정의로운 공동체의 상호조화의 추구를 통해서 구체화되었다. 이러한 이념은 자신을 수양하고 남을 다스림으로써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을 학문의 궁극적 이상으로 삼은 전통 유학에도 분명하게 표현돼 있다.

사적인 이해관계라는 좁은 틀을 넘어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및 인류 전체의 관심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고 있는 교육은 세계와 삶에 대한 전체적 조망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교육은 종합적 시야의 확보를 향해 있었다. 영어 ‘university’가 전체를 뜻하는 라틴어 ‘universitas’에서 유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혹자는 이런 입장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인교육의 이상이 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은 요즘 학제간 연구나 통합적 사고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의 증대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대학의 사회적 유용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겠지만, 기업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은 대학 본연의 임무나 교육의 참다운 이상을 결코 대신할 수 없다. 과학기술과 시장사회의 발전으로 생겨난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학은 시장사회의 요구에 대해 일정하게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인간다운 사회는 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이나 국가기구 못지않게 권력의 외부에 존재하는 진리 탐구의 장인 대학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각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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