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시 안양에서 공공미술과 대화하다

안양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시에 공공미술을 도입한 곳으로 꼽힌다. 시민들은 집 앞에 있는 조각품의 작가가 누구인지,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알 필요가 없다. 그저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해석하고 공간을 사유한다. 안양 도심 속에 녹아있는 공공미술을 보기 위해 강지혜(주거·04), 임준(사학·05), 김지민(의류·05)씨가 안양공공예술재단 심혜화 코디네이터와 함께 안양시청 근처 거리를 산책했다.

                       

                       애틋한 추억이 담긴 공중전화가 건네는 말-‘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심혜화 코디네이터(아래 심 코디): 작품을 한번 찾아보세요. 공중 전화 박스에 한 번 들어가 보세요.(잠시후

▲ 수화기에서 "난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화기에서는 ‘따르릉’이라고  벨이 울린다)
심 코디: 수화기를 들어봐요.
김지민(아래 지민): ‘나는 당신을 생각 합니다’라는 말이 나와요.
심 코디: 공중전화가 ‘왜 당신을 생각합니다’고 말을 걸고 있을까요?
임준(아래 준): 음. 글쎄요. 공중전화가 많이 없어져서 우리는 공중전화를 잊었는데 공중전화는 아직도 우리를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심 코디: 작가 의도를 딱 알아맞히셨어요. 공중전화는 없어져 가는 현실이지만 나(공중전화)는 당신과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지요.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화벨이 울리죠. 지나가던 사람이 깜짝 놀라 전화를 받으면 ‘우리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는 말이 나와요.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거죠. 남자 목소리가 느끼해요? 성우 배한성씨 목소리예요. 바로 이 앞의 아파트에 사셔서 도움을 주셨어요.
강지혜(아래 지혜): 공중전화가 애틋한 사물이잖아요. 그런데 말까지 해주니까 조금 느끼하지만 볼 때마다 추억이 떠오르겠어요.
심 코디: 생명이 없어 보이고 차가운 시선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사랑을 담고 있어요. 살아있는 것 같죠.

시민이 만드는 이야깃거리-‘헌화’

 

지혜: 와 되게 예뻐요!
심 코디: 제목이 헌화라고 돼 있죠? 꽃을 자세히 보면 남한의 국화인 무궁화와 북한의 국화인 목련을 합성한 모습이예요.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죠. 그렇다면 왜 줄기와 잎은 은행나무일까요? 은행나무는 안양의 대표 나무예요. 이 작품은 안양시를 기반으로 통일을 기원하는 꽃인거죠.
지민: 그냥 지나치다가 보면 그 의미까지는 몰랐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봤을 때도 예쁘고 기분이 좋았을거에요.
준: 저는 그냥 지나가다 봤더라면 사진을 꼭 찍었을 것 같아요.
지혜: 처음 봤을 때 ‘제크와 콩나물’ 같이 보였어요. 그래서 뻗어가는 꿈을 상징하는 것인가 했어요.
심 코디: 예 맞아요. 답은 없으니까 나름대로 해석하시면 돼요. 사실 시민들도 앞에서 설명한 깊은 뜻까지 알기는 힘들죠. 그런데 ‘왜 꽃에 은행나무 잎이야’라고 의문이 드나봐요. 그렇게 호기심이 유발되는 거죠. 아이들은 엄마에게 물어보겠죠? ‘엄마 은행나무 잎에 꽃이 있어?’ 그럼 엄마들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이야기를 하겠죠. 그런 이야기 거리를 예술단체나 작가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 시민들이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의미있죠.
준: 추억이 생기겠어요. 이 곳에서 약속을 잡는다면 ‘거기 꽃앞에서 보자’고 하겠어요.

엄마, 집이 무너지려고 해-‘무제2007(티하우스)’

 

▲ 사람들의 이목을 한 번에 끄는 중앙공원의 '무제 2007(티하우스)'가 쓰러질듯이 서 있다.
심 코디: 많은 사람들이 쉬기 위해 공원을 찾아요. 그러다가  공원 옆에 있는 기울어진 집이 신기해서 다들 한번씩 꼭 들러봐요. 여기 이 작품 안에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예전에는 다기세트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시민들이 다 가져갔지만…(웃음) 안으로 들어가서 보면 작품이 삐뚤어져 있기 때문에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단순히 감상을 하는 조각품이 아니라 체험을 할 수 있는 조각품이에요.
지혜: (지나가는 아이를 보며)  아이가 귀신 나올 것 같다면서 도망가요.(웃음)
심 코디: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은 진짜 다양해요. 어떤 아이는 지나가면서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집이 무너지려고 해’라고 말하기도 해요. 실제로 이건 ‘신동엽의 있다 없다’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왔어요.
지민: 요즘은 블로그 미니홈피 사진 찍기 좋아하잖아요. 그런 장소를 만들어줬네요.
준: 작품 안에 서있으면 작품이 무너질 것 갖겠어요. 이 작품 처럼 공공미술은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내 행위가 작품이 되다 -‘자전거 스테이션’

 

심 코디: 이제 마지막으로 도서관 앞에 있는 작품을 보도록 하죠. 사실 일부만 본거에요. 안양 여기저기에 많은 작품이 있어요. 이것을 다 보려면 걸어서는 무리죠.
지혜: 이 작품은 자전거 거치대인가요?
심 코디: 쉽게 맞춰버리셨네요. 다들 알아차리셨죠? 여기는 도서관인 만큼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고 와요. 작가가 그걸 알고 벤치기능이 되는 자전거 거치대를 만들었어요. 평범한 거치대는 자전거를 거는 방밥이 정해져 있죠. 그러나 여기에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걸 수 있어요. 주민들이 매일매일 작품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거죠.
지민: 매일 도서관 와서 ‘오늘 어떻게 걸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겠어요. 여기 살고 싶은데요.
준: 저라면 매일 꼭대기 위에다 걸겠어요.지혜: 자기가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게 정말 놀라워요.
심 코디: 작가 의도만을 고집하지 않는거죠

공공미술이 도시의 정체성

▲ 유리와 나무로 구성된 작품 안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과 심혜화 코디네이터
 

지혜: 무슨 뜻인지 몰라도 웃게 만드는 공공미술이 좋아요.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같은 건 작가가 여러나라에 똑같은 것을  한개씩 만들 었다고 했잖아요. 다른나라에 가서 이를 발견한다면 정말 반갑겠어요. 주변 사물들이 반가우니 내 주변과 소통을 하게 되는 거 겠죠?
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예술 작품같아요. 도시가 예술 작품이네요.
지민: 저는 기울어진 집이 정말 기억이 남네요.  못들어간 게 아쉬워요. 다음에 다시 와서 봐야겠어요. 
지혜: 그런데 작품들 간의 통일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작품들을 보고 안양과 관련된 이미지를 떠올리긴 힘들어서요.
심 코디: 사실 이 공공프로젝트는 안양성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유명한 작가 여럿이 단순히 작품을 세운 것에 불과하다고 평을듣기도 해요. 그러나 저는 정체성은 계속 진행중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공공미술 사업이 쌓여 하나의 정체성이 될거예요.                           

정리 양아름 기자 diddpql@
사진 김지영 기자euph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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