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학

▲ 우리는 이제 다양한 색을 인지할 수 있게 됐다. 일러스트레이션 남아름

한번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자. 몇 개의 색깔이 눈에 띄는가. 자신이 입고 있는 옷, 문자를 보내고 있는 핸드폰, 책이 가득 들어있는 가방은 무슨 색으로 이뤄져 있는가. 아마 선뜻 대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우선은 너무 많은 색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 다음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빨주노초파남보’로 대답하기에는 해당되지 않는 색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처럼 색의 시대에 살고 있다. TV 광고에서는 핸드폰의 기능을 설명하기 보다는 ‘핫 핑크’를 내세워 물건을 판다. 또한 연세대학교의 상징인 파란색도 로얄 블루, 네이비 블루, 미드나이트 블루 등 수십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와같이 색은 눈으로 식별하지 못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600만가지 이상이 존재한다고 하니 놀랄만 하다. 이처럼 우리는 일생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색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갤러리 ‘더 스페이스’의 유관호 관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대한민국표준표색계를 제작한 색채학의 선구자이다. 유 관장은 “색깔이라는 것은 선험적 도식주의다. 즉, 우리가 배우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사물을 보았을 때 가장 처음으로 느끼는 것이 바로 색이다”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인간은 시각적 경험을 도식화시키려는 본능이 있다. 이는 효율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인데 가장 먼저 색깔을 통해 도식화시킨다. 우리가 사과를 동그란 모양보다 빨간색으로, 바나나를 긴 모양으로보다 노란색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색의 도식화가 나타난 것은 아이작 뉴튼이 스펙트럼을 만들면서부터이다. 이러한 스펙트럼은 태양광안에 색을 가지고 있는 광선을 밝혀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7가지 색상으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왜 7가지 색상일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도레미파솔라시’인 음의 전음계와 연결을 짓기위해서다. 즉, 도레미파솔라시와 빨주노초파남보는 서로 같은 도식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여러 가지 색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부터일까. 태초에 인류는 빛과 그림자를 나타내는 색깔인 검정색과 흰색만을 인지했다고 한다. 검정색과 흰색이 이제는 더욱 세분화된 색으로 분리되는 것을 보면 색의 인지 세계는 문명의 발달에 따라 확장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색의 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중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색감과 색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다. 이것은 색을 하나의 물질이 아닌 반사된 빛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단계가 형성돼 있는 상태에서 ‘지각현상’이라는 다음 단계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반사된 빛을 보고 있지만 사실 이 사이에는 공기가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에어리 컬러(airy color)라고 한다. 유 관장은 “이와 같은 지각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물질로 인식되던 색깔이 하나의 현상으로 우리에게 인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색의 정신세계를 아는 것’이다. 즉, 색에 관한 심리적 현상을 알아야 한다. 지각현상이 오면 머릿속에서 코딩화 되면서 심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이처럼 심리적 반응은 지각현상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같은 색채심리학은 색채의 기능과 속성으로부터 비롯된 색채감각 통해 일상생활의 조화를 이뤄 관련산업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기여한다. 예를들어 색채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흔히 제품의 마케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색깔을 사용한 제품 포장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색이 있는 시대이지만 아직도 우리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색이 있다. 바로 인종을 나타내는 색이다. 아직도 우리는 백인, 흑인, 황인이라는 피부색으로 인종을 구분하곤 한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은 저서인 『인간의 후예』에서 “우리는 피부 색이 모든 인종사람들에게 그들의 아름다움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피부 색 또한 개인의 모습을 나타내주는 하나의 개성으로 생각할 때 이러한 편견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색채학은 우리나라에서 불모지다. 대학 교육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과목 개설 돼 있지 않으며 이조차도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컬리리스트와 같은 직업군이 생기고 이를 위한 정식 시험이 만들어진 단계이다. 색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때 우리는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규영 기자 summit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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