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계획서 올라온 수업 22개 중 8개에 불과

OT 불참 시 원치 않는 봉사활동 하게 돼

담당 부서 없어 체계적 관리 미흡

▲ 텅 빈 수업계획서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4학년도 1학기 ‘섬김의 리더십’ 함양을 위해 시작된 학점인정 사회봉사(아래 사회봉사)가 5년째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개설과목은 3개에서 22개로 늘었고 현재까지 약 25%의 연세인이 이 수업을 통해 사회봉사에 참여했다. 지난 2005년에는 사회복지대학원, 리더십개발원, 교육개발센터, 장애지원팀으로 분산돼 있던 교내 봉사활동 업무를 연세자원봉사단(아래 연자봉)으로 일원화시켰으나 독립된 기관이 없어 대외협력처의 직원 한 명이 모든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봉사 과목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학생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수업계획서 미등재로 인한 피해

전 학년 수강신청이 있던 지난 2월 15일까지 사회봉사 과목 22개 중 8개의 수업계획서만 등재 됐다. 그나마 올라온 수업계획서도 ‘섬김의 리더십’ 같은 모호한 단어 나열에 그치는 것이 많다. 김대현(법학·06)씨는 “수업계획서가 거의 다 비어있어 임의로 신청했는데 원하지 않는 기관에 배치돼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업계획서가 불성실하게 올라오는 것은 과목 개설을 위해 지도교수 이름만 올려놓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해당 교수가 직접 담당하는 수업이 아니다보니 충실한 수업계획서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대외협력처 정광순 팀장이 일괄적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간단한 정보 정도만 업데이트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도교수가 배정되는 것은 학생들과 교수가 봉사를 함께하면서 사제 간의 네트워크도 넓히고 교과 외의 가르침을 얻게 하자는 취지였지만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교수는 많지 않다. 담당 조교도 없어 해당 봉사기관에 지도를 맡겨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체계적인 학생 관리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OT 안 가면 봉사기관 배정 불이익

사회봉사 과목을 수강신청 했다면 오리엔테이션(아래 OT)에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이때 봉사기관을 배분 받고 봉사시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OT가 수강변경 기간 중에 실시되는 데다 다른 수업시간과 겹치기도 해 일부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는다. OT에 참여하지 못하면 희망 봉사기관을 선택할 수 없어 남는 기관에 배정돼 자신이 원하지 않는 봉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난감한 것은 봉사기관도 마찬가지다. 독립문 평화의집 김홍수 간사는 “우리 기관에서는 노인 목욕 봉사를 주로 하는데, 파견된 여학생들이 이를 꺼려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맡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외협력처 정 팀장은 “1지망, 2지망을 받긴 하지만 배치될 수 있는 인원수가 한정돼 있고 학생들이 몇몇 곳에만 몰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본래의 봉사취지에 맞지 않는 봉사활동이 일부 포함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브란스병원 자원봉사’의 경우 봉사내용이 의료원 업무 보조에 가깝다. 연세의료원의 자원봉사센터 양정윤 직원은 “병원 내원객 안내 및 음료수 제공, 약 분류와 같은 단순 노무긴 하지만 의료원을 찾는 내원객들의 반응이 좋아 학생들도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난 2007년 이 과목을 수강했던 한 학생은 “병원 잡무 아르바이트에 가까워 봉사의 감동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지적해 의견의 차이를 보였다. 
 

방치된 연자봉 홈페이지

사회봉사 과목에 대한 세부정보는 연자봉 홈페이지(http://love.yonsei.ac.kr)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봉사를 이수하고 있는 학생 중 홈페이지의 존재를 아는 학생은 많지 않다. 수업계획서나 학교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이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봉사과목 소개 메뉴는 지난 2007학년도 1학기에 멈춰 있다. 때문에 Q&A 메뉴에는 사회봉사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지만 답변은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

홈페이지 관리 소홀로 인해 유용한 제도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사회봉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자원봉사 인증서’가 그 대표적인 예다. 홈페이지에서 인증서 발급 메뉴를 눌러도 빈 페이지만 열리다보니 사회봉사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허승규(사회과학계열·07)씨는 “사회봉사를 계속 하고 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는 제도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홍보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쓸모가 없지 않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1인 관리 체제로는 개선 불투명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은 관련부서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현재 대외협력처 정광순 팀장이 사회봉사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업무를 한 사람이 감당하려니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독립된 부서가 아니라 예산도 적어 지원이 어렵다. 정 팀장은 “혼자 너무 많은 일을 맡다보니 부족한 부분이 생긴다. 특히 수강신청 기간에 밀려드는 학생들 질문에 모두 대답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전담부서를 꾸려줄 것을 학교 측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눔과 봉사 문화의 확산은 사회적 추세다. ‘섬김의 리더십’을 지향하는 우리대학교가 사회봉사 관련 전담부서도 없고 재정적 수준도 미비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으로 학생들에게 좀더 폭넓은 사회봉사의 기회들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대학교의 건학 이념인 기독교 정신을 실현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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