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말을 신촌(新村)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다

▲ 문화 시설이 부족한 신촌에는 밤마다가 각종 술집의 네온사인만이 불을 밝히고 있다.
신촌은 학문의 전당이 모여 있는 대학가다. 그런데 신촌거리를 걷다보면 수많은 술집, 유흥업소를 보게 된다. 마치 신촌주변의 대학생들은 이 수많은 술집, 유흥업소를 이용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 같다. 이에 비해 학생들이 즐길 문화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다보니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술집 말고 연대 주변에 놀 곳 좀 알려 달라’는 외부인들의 질문을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학문화를 알고 싶다면 신촌이 아니라 대학로나 마로니에 공원 등에 가야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새로운 신촌을 위하여 - ‘움직임’

‘문화 공간의 부족’이라는 문제의식은 최근 신촌을 ‘새로운 마을’로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발전했다. ‘신촌민회’는 공론장으로서 그 움직임의 주축에 있다.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교회와 사찰, 신촌 지역의 학생회 등이 신촌민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이곳에서는 신촌의 역사와 꿈, 그리고 변화방향이 오가며 신촌지역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이뤄진다. 신촌 주민들과의 소통, 상인들과의 소통, 학생들과의 소통 속에서 ‘새로운 마을’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촌민회의 이목은 사무국장은 “현재 유흥가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 신촌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꾸고, 영감을 주고, 공부를 자극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며 새로운 마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지난 3월 신촌민회와 함께 ‘신촌, 새로운 마을을 이야기 하자’는 주제로 공개포럼을 진행한 ‘아름다운 이들의 만남 문화쉼터(아래 문화쉼터)’ 역시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쉼터는 신촌만의 문화와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문화쉼터의 양재영 사무국장은 신촌에 ‘뒷풀이’ 문화만 존재할 뿐 ‘앞풀이’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양 사무국장은 앞풀이 문화를 위해 “신촌의 문화를 고치기보다는  신촌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며 “기본적으로 젊은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신촌을 위하여 - ‘어려움’

실제로 이러한 노력들은 논의에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마을을 만드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에 개최된 ‘신촌 서대문 어울림 축제’가 그 예다. 이는 신촌지역의 5개 지역문화축제를 하나로 통합한 ‘어울림’이라는 주제의 축제였다. 축제를 기획했던 조연호씨는 “축제를 통해서 신촌의 현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제의 한계점도 있었다. 신촌 각 지역의 이해관계나 갈등과 같은 다양한 사안들이 하나의 구심점을 형성하지 못했던 것이다. 거기에 자금부족의 문제도 겹쳤다.

 이처럼 신촌을 새로운 마을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갈 길이 멀다. 신촌민회와 같은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촌의 구성원들간의 소통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조씨는 “결론적으로 ‘마을’이라는 것은 그 구성원들이 마을에 대한 이상을 함께 토론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대학생들은 신촌을 하나의 시장으로 이해하고 신촌도 우리를 소비자로 규정하는 현실 속에서는 신촌을 새로운 마을로 만들려는 노력은 한계에 부딪힌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신촌을 위하여 - ‘가능성’

어려운 상황에서 신촌을 새로운 마을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신촌민회를 중심으로 신촌지역의 학생들, 주민들, 상인들 간의 토론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계획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

 이번 5월에는 신촌문화위원회가 주최하는 신촌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신촌민회와 뿌리를 함께하고 있는 신촌문화위원회는 신촌의 청년들이 함께 참여하는 소통의 장으로서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신촌문화위원회 대표 김은희(경영·06)씨는 “신촌 문화의 부재에 대해 알리고 새로운 문화의 필요성과 참여를 환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학생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축제가 될 것이다”고 그 의미를 밝혔다.

새로운 신촌- ‘그 희망’

미국의 뉴욕대학은 미국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대학으로 꼽힌다. 뉴욕대학 자체만이 아니라 뉴욕대학 주변의 문화적 환경이 제공하는 매력 때문이다. 옥스퍼드, 캠브리지 대학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서구의 대학들은 대학으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대학촌으로 존재한다. 대학이 있는 지역사회는 대학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면서 대학의 얼굴로서 인식되는 것이다.

 신촌이 이러한 서구 유수의 대학촌과 같은 문화공간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촌 주민들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수십 년째 신촌에서 대학생들과 함께해온 ‘홍익문고’의 박세진 대표는 우리대학교의 동문으로 학창시절 고전기타부 ‘오르페우스’와 인연을 맺어 여태껏 재학생 및 동문과 인간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박대표는 신촌의 현재 모습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신촌의 ‘소통적인’ 면을 바라본다. 그는“아직도 구석구석 직접 노래를 하고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며 맥주한잔 할 수 있는, 신촌 주민 모두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글 최명헌 기자 futurewalker@
사진 박소영 기자 be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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