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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업적은 커녕 강의 준비하기도 빠듯합니다"우리대학교 교수들의 연구ㆍ교육 환경을 점검한다
  • 사공석 기자
  • 승인 2008.03.29 16:54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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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행정업무로 연구와 강의 준비 시간 부족해

논문 요구량은 많지만 연구 지원은 열악

최근 연구 실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학은 학문연구를 중시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교수들도 연구에 중점을 두고 교육활동을 하게 됐다. 하지만 교수가 연구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는지는 의문이다. 학교의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교수들의 행정업무 비중이 커지고 연구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 연구실 내 공간 부족으로 각종 기자재가 복도에 즐비해 있다. 김지영 기자 euphoria@

과도한 행정업무로 인한 피해

과중한 행정업무는 교수가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전문화된 행정인력이 부족해 학교 본부 업무를 제외한 학과단위의 업무가 교수에게 부과되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교수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행정 및 잡무로 인해 연구뿐만 아니라 강의준비에 투자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로스쿨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2007년 2학기 법과대의 한 교수는 로스쿨 준비를 위해 강의하던 수업을 조기 종강하고 남은 진도는 다른 교수에게 맡겼다. 또한 학과행정업무 때문에 공휴일에도 학교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할 정도로 교수의 행정업무 부담은 크다.

행정업무로 인해 강의준비시간만 뺏기는 것은 아니다. 행정업무나 보직으로 인해 연구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주요보직이 아닌 학과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교수의 경우 교수승진과 승봉의 기준이 되는 교원업적평가*에서 가산점을 받지 못해 연구와 강의의 의무기준이 줄 어들지 않는다. 문과대의 한 교수는 “각종 회의가 많아 연구를 해야 하는 젊은 교수들이 서로 교류도 하지 못할 만큼 바쁘다”고 말했다.

아직 부담스러운 책임강의학점

교원업적평가에 필수 기준으로 정해져 있는 책임강의학점도 교수에게 부담이 되는 요인 중 하나다. 기존에 9학점이었던 것에서 6학점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강의의 질을 담보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교수가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세 과목 이상의 수업을 맡고 있으며, 원주캠퍼스의 경우 한 학기에 19학점을 강의하는 교수도 있다. 최우영 교수(공과대·초고속 회로 및 시스템)는 “연구와 행정 등의 일을 하면서 질 높은 강의를 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한 학기에 수업 하나만 맡는다면 더욱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무부 윤창한 부장은 “해외대학에 비해 교수 대비 학생 수가 많아 모든 교수들이 필수적으로 일정 이상의 강의를 맡아야 한다”며 책임강의학점 하향 조정이 곤란함을 밝혔다.

논문 요구량은 많지만…

강의뿐만 아니라 일정량 이상의 연구논문 요구도 교수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된다. 우리대학교가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함에 따라 오는 2009년 9월부터 승진심사대상자에 해당하는 교수는 교원업적평가에서 현재보다 약 1.5배 상향된 필수연구업적 기준을 적용받는다. 현재 인문분야의 조교수가 승진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국내 1등급 학술지에 논문을 5년 기준으로 4편 게재해야 하는데, 2009년 9월 이후에는 논문 6편을 써야 한다. 더군다나 이과대·공과대는 자체적으로 학교 측에서 규정한 기준보다 많은 수의 논문을 요구해 이공계 교수는 더욱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학교에서 요구하는 논문 수가 점차 증가하는데 반해 교수에 대한 연구지원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구지원은 재정적 측면과 설비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설비 측면에서 시설부족과 공간부족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이과대·공과대는 연구 공간 부족문제가 심각하다. 교수가 외부연구비를 유치해도 대규모 장비를 설치할 공간이 없어 프로젝트가 결렬되는 경우도 있으며, 신임교수 두 명이 한 연구실을 같이 쓰기도 한다. 원주캠퍼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공계의 일부 교수는 혼성으로 3인 1실을 쓰는 경우도 있다.

다소 부족한 우리대학교의 연구·교육환경에 비해 타 대학은 연구와 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포항공대는 일반·학사·연구 행정을 통합하는 차세대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임교원에게 시드머니(seed money,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연구시설 마련과 연구보조인력을 지원하는 자금)를 지급해 연구 환경을 마련해준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의 경우 논문의 수보다 질에 중점을 맞춰 평가하고 있어 양적인 면에 압박을 느끼는 교수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또한 고려대학교는 최근 교수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강의와 연구의 이중부담을 덜기 위해 '연구 교수ㆍ강의 교수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교원업적평가 : 우리대학교에 재직 중인 전임 강사 이상의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로 교원 승진 및 승봉에 필요한 연구·교육·봉사 영역의 업적 평가가 이뤄 진다.

사공석 기자  seok040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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