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빈치 로봇수술 현장을 생생하게 담다.

‘메스’대신 ‘조이스틱’을 잡은 의사를 본적이 있는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의학드라마 ‘뉴하트’로 인해 많은 시청자들이 생소하던 의료기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드라마 중반에 등장한 로봇 수술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자는 지난 27일 나군호 교수(의과대·비뇨기과학)가 집도한 로봇수술을 참관했다.

로봇 수술 과정은 기존의 일반 수술과 판이하게 다르다. 환자의 복부를 절개하는 대신 여러개의 구멍을 뚫어 로봇팔과 카메라를 삽입한다. 환자 옆의 화면에서는 작은 집게처럼 생긴 도구가 종양을 자르는 모습을 비춘다. 이 때 집도의는 환자 근처에서 손과 발을 이용해 로봇을 조종하게 된다. 이처럼 메스 대신 조이스틱을 잡은 의사는 로봇팔을 이용해 수술을 진행한다. 지난 2005년 7월 국내 첫 도입된 로봇수술은 세브란스 병원에서만 총 1천회 이상 실시됐다.

‘로봇수술’이란 다 빈치(Da Vinci) 로봇수술시스템(아래 다빈치 로봇수술)을 이용한 것을 말한다. 다빈치 로봇수술 장비는 로봇팔로 이뤄진 수술카트(Surgical Cart), 의사가 관여하는 수술콘솔(Surgical Console), 전원을 관리하는 조종타워로 구성된다. 수술카트는 환자의 피부에 직접 닿는 장비이며 4개의 로봇팔로 구성돼있다. 로봇팔은 얇고 긴 막대에 약 8mm 크기의 집게가 달려있으며 7가지의 관절로 이뤄진 사람 손을 분석해 만들어져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사람 손이 180도까지만 움직이고 손떨림 위험이 있는데 반해 로봇팔은 540도까지 회전할 수 있어 ㅌ사람 손보다 더 정밀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콘솔은 양안렌즈와 2개의 조이스틱, 5개의 발판으로 이뤄져 있다. 의사는 수술콘솔에 앉아 환자의 몸속에 들어간 내시경 카메라에 보이는 모습을 토대로 조이스틱과 발판을 적절히 이용해 수술을 진행한다. 이 때 의사는 수술콘솔에 있는 양안렌즈를 통해 환자의 절개부위를 3차원으로 10배~12배정도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다빈치 로봇수술과 같은 첨단 의료기기의 발달로 손이 닿기 어려운 부분까지 훨씬 정교하고 쉽게 수술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절개부분이 적어 출혈량이 적고 상처가 작아 회복력이 기존의 수술보다 빠르다. 따라서 빨리 회복을 해야 하거나 몸 깊숙한 곳을 수술해야 하는 환자, 상처가 작게 남기를 원하는 환자에게 이러한 로봇 수술이 유용하다. 로봇 수술은 위암, 대장암, 식도암, 갑상선 암 등 다양한 부분에 이용되고 있다.

나 교수는 “로봇 수술을 통해 세밀한 수술이 가능해져 신경이나 혈관을 살려내 수술 후 환자가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장비가 비싸 다른 수술에 비해 수술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다빈치 로봇 수술의 장비는 한 대당 25억원 정도로 매우 고가이며 소모성부품도 고가여서 환자가 부담하는 수술비용이 만만치 않다.

로봇수술의 참관에 이어 기자는 개복(開腹) 수술, 복강경(腹腔鏡) 수술을 볼 수 있었다. 나 교수는 “수술 방식은 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수술 순으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기존의 개복 수술의 경우 수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환자의 복부를 메스로 잘라야 했다. 또한, 폐, 자궁과 같이 몸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부위는 수술하기 어려웠다. 복강경 수술의 경우 로봇수술과 같은 방식으로 구멍을 뚫어 젓가락과 같은 긴 막대를 삽입해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모습을 토대로 수술을 진행한다. 다만 집도의가 두 막대를 직접 움직여 각도에 제한이 있고 기계자체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로봇 수술은 전자기술, 재료공학, 광통신, 생물학, 화학 등 자연과학의 총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로봇수술은 의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앞으로는 의사의 뇌파를 로봇이 인식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의료기기도 개발될 전망이다. 또한 인터넷과 로봇을 연결한 원격수술도 가능하게 된다.

다빈치 로봇 수술과 같은 첨단 의료기기의 발달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 중심에는 의공학이라는 학문이 자리매김 해 있다. 의공학은 의학과 공학의 교집합으로 과학기술을 인체에 알맞게 적용시키고 설계해 질병의 진단부터 수술까지 의학의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인체의 생체 흐름을 손으로 직접 측정하던 방법에서 기기를 통해 자동으로 측정하는 것처럼 의료기술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글·사진 임유진 기자 smile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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